우리나라에서는 아이가 태어난 가정에 정부가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영국과 독일, 호주,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다르다. 출산 가정에 간호사 등 전문인력을 보내는 등 국가 차원의 산후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산모와 아이가 건강하게 지내는지, 산모에게 우울증이 없는지, 아이가 부모에게서 적절한 양육을 받고 있는지 등을 살피고 도와준다.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부모는 질 높은 양육을 하기 어렵다. 발달 단계상 홀로 생활할 수 없는 아동에게는 부모의 양육 태도가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많은 선진국이 산후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무엇보다 아동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전 세계적으로 핵가족화가 진행되다보니 오늘날 부모는 대부분 양육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적이 없다. 주변에 도움을 줄 가족 구성원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많은 선진국에서 정부가 나서 출산 가정을 돌보는 이유다.
간호사를 파견해 산모와 아기 건강을 살피고 부모 교육과 심리상담을 해준다. 미국에서는 간호사가 위기 가정을 약 5년간 지속적으로 방문하면서 경제적·심리적 상황을 개선해 준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위원회가 다음달 발표할 저출산 대책에도 전문인력의 산후 건강관리 방안은 담기지 않는 것으로 28일 전해졌다. 위원회와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가 제출한 내년도 사업계획을 놓고 막판 조율 중이다.
산후관리와 관련해 복지부는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사업’의 지원대상을 현행 중위소득 80% 이하 가구에서 120%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건강관리라는 명칭이 붙긴 했지만 이 사업은 저소득층에 신생아 돌봄과 가사 지원을 해주는 산후도우미 서비스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사업은 중년의 여성 인력이 산모의 노고를 덜어주는 것으로, 간호사가 제공하는 세밀한 건강 서비스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봉주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선진국에서 건강관리와 부모 교육을 병행하는 영유아 가정방문 서비스를 도입한 이유는 시설 중심의 서비스로는 고립되고 소외된 영유아 가정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없기 때문”이라며 “산모와 아이를 대상으로 한 산후 건강 서비스의 부재는 생애 초기에서부터 적절한 양육을 받는 아동과 그러지 못한 아동 간의 격차와 불평등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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