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와 어항 속 나의 금붕어 ‘블랙 빅토리’에게 인사를 하고 먹이를 주자니 내게 맹렬히 달려오는 그 녀석이 어느 순간 말할 수 없이 커다랗게 보인다. 어항의 볼록한 면에 커다랗게 넘실거리는 녀석의 검고 부드러운 지느러미를 보는 순간 포스터의 커다란 글씨와 미소 짓고 있는 대형 얼굴 사진이 어항 물 위로 떠오른다. 나는 블랙 빅토리에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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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교 동아대 명예교수·시인 |
또 무엇이 비슷하냐고. 뻐끔거리는 모습도 비슷해. 하긴 너는 아주 별나게 뻐끔거리지. 네가 뻐끔거릴 땐 대롱 같은 것이 네 입술 밖으로 뾰족 나오는 것을 아는지. 귀엽기도 하지만 우습기도 해. 선거 후보도 때로 그렇게 보이기도 한단다. 끝없이 뻐끔거리지. 너처럼 입술이 펄럭이는 것 같을 때도 있어. 끝없이 뻐끔거리지만 그 소리는 건널목에 서 있거나 높은 빌딩의 벽 밑에 서 있는 우리에게 닿지 않을 때가 많아. 그저 바람에 구름에 펄럭펄럭 뻐끔거린다고나 할까. 마치 훈장처럼 검은 고딕 글씨를 잔뜩 매달고.
그들 중 어떤 후보는 너처럼 그렇게 순간 커다랗게 부푼 몸으로 네거리에 서서 직함이 죽 쓰여 있는 명함을 건널목을 건너는 이들의 손에 끊임없이 쥐여주거나, 재래시장 모퉁이에서 웃는 얼굴로 생선을 번쩍 들어올리거나, 심지어 절을 하기도 하고 예기치 못한 소란에 어리둥절한 아이를 안고 사진을 찍기도 해. 하긴 모든 후보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그렇게 부푼 커다란 몸과 볼록 어항에 비친 것 같은 커다란 입술로는 우리와 소통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해. 말없이 실천하는 것, 거품의 부피를 빼버린 공약이 우리에게 전해질 때 후보들은 우리와 진짜 만나게 될 거야. 소통될 거야. 너처럼 뻐끔거리지만은 않을 거야.
그러한 후보를 기다린단다. 네가 어항의 볼록 면을 지나갈 때 한없이 커다란 지느러미를 넘실거리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넘실거림을 보고 싶단다. 아마도 그 넘실거림은 우리에게 다가와 우리를 설레게 할 거야. 우리에게도 그러한 설레는 지느러미를 달아줄 거야. 희망이라는 이름의 지느러미를. 한없이 작은데도 한없이 큰 듯 몸을 부풀게 하는 이 시대, 이 사회에서 말이야.
너처럼 놀던 물에서만 놀지도 않을 거야. 네가 너의 물에서만 놀듯이, 그래서 어항의 물을 갈 때면 꼭 네가 있던 어항의 물을 3분의 1은 넣어줘야 하듯. 그 물은 민주주의의 물이 돼야 할 거야, 모두 함께 노는. 선거가 끝나면 자취 없어지는 그런 혼자의, 어느 날의 물만이 아닐 거야. 우리 다 함께 출렁이며 노는 바다일 거야. 무수한 파도를 안은 바다일 거야. 그 바다에서 낱낱의 파도인 우리는 어깨동무를 하고 하얗게 출렁이면서 만날 거야.
강은교 동아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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