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잉글랜드는 ‘이번만큼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수없이 깨뜨린 팀이기도 하다. 유럽과 남미 강호들과의 맞대결에서는 허무하게 패하거나 약체들이 만든 돌풍에 희생양이 되며 늘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잉글랜드가 월드컵 4강 이상 진출한 것은 1990년 이탈리아 대회 4위가 마지막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는 8강에서 짐을 쌌고, 2010년 남아공에서는 독일에 막혀 16강에서 탈락했다. 심지어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는 이탈리아, 우루과이, 코스타리카와 함께 ‘죽음의 조’로 불린 D조에서 1무 2패 최하위로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해리 케인 |
선수 면면으로는 잉글랜드가 압도적이다. 공격수 해리 케인(25·토트넘), 라힘 스털링(24·맨체스터시티), 미드필더 에릭 다이어(24), 델리 알리(22·이상 토트넘) 등 젊은 나이에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오른 슈퍼스타들이 대거 그라운드에 나선다. 수비진도 화려하다. 존 스톤스(24·맨체스터 시티), 필 존스(26·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카일 워커(28·맨체스터시티), 대니 로즈(28·토트넘) 등 전 포지션에 빈틈이 없다.
잉글랜드 대표팀 공격수 제이미 바디(왼쪽)이 지난 8일 영국 리즈 엘란드 로드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코스타리카 골키퍼 케일로르 나바스를 상대로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리즈=EPA연합뉴스 |
다만, 제아무리 예선과 평가전 성적이 뛰어났어도 본선은 다르다. 자칫 첫 경기에 발을 헛디뎠다간 예전의 실패를 반복하게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첫 경기 상대인 튀니지가 만만치 않다. 대부분 자국 리그 소속으로 눈에 띄는 스타는 없지만 철저한 조직력 중심 축구로 최근 평가전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3월 평가전에서는 이란과 코스타리카를 각각 1-0으로 제압했고, 5월 평가전에서는 포르투갈, 터키와 난타전 끝에 2-2로 비겼다. 지난 9일 열린 우승후보 스페인과의 최종평가전에서도 0-1로 석패하는 등 컨디션이 최고조에 올라 있다.
여기에 나빌 마알룰 튀니지 감독은 본선을 앞두고 프랑스에서 뛰고 있는 이민 2세대들까지 대거 수혈했다. 대부분 빠르고 개인기가 좋은 선수들이다. 아직 베일이 완전히 벗겨지지 않은 이들 비밀병기가 예측하지 못한 활약을 한다면 축구종가의 야망은 이번에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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