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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文대통령도 '재기'하라?… 도 넘은 '혜화역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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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08 19:31:27 수정 : 2018-07-08 19:5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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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수사 아니다” 文 발언에 발끈 / “警도 한남충” 등 남혐 구호 외쳐 / SNS 등선 비판 목소리 잇따라 / “반발 커져 페미니즘 지지 잃을 것” / 행안부·여가부 장관도 입장 표명 “문재인 대통령도 ‘재기’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일대. 붉은 옷을 입고 선글라스와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린 여성 시위자들은 무대 차량에 선 한 여성의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재기해, 재기해!”란 구호를 외쳤다. 재기는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2013년 마포대교에서 투신한 것에 빗대 ‘자살’을 뜻하는 여성 커뮤니티 은어다.
7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열리고 있다. 이들은 소위 `몰카`로 불리는 불법촬영 범죄의 피해자가 여성일 때에도 신속한 수사와 처벌을 할 것을 촉구했다. 뉴스1

이날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3차 규탄 시위’에서도 지난 1, 2차 집회 때와 마찬가지로 일부 남성혐오 표현이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주최 측은 “‘재기해’가 아니고 ‘제기해’로, 문제를 제기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하는 등 혐오 표현으로 의심되는 구호나 발언이 나올 때마다 일일이 설명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카페 등에는 전날 ‘혜화역 시위’를 다시 규탄한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이라는 게 있는데 (대통령까지 들먹이며 혐오 표현을 쓰는 건) 도가 지나쳤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반발 여론이 조성돼 페미니즘이 대중적 지지와 그 세력을 잃을 것이란 의견도 상당수다.

집회 참가자들은 문 대통령의 지난 3일 국무회의 발언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당시 ‘홍익대 남성 누드모델 몰래카메라(몰카) 사건’의 가해자가 여성이어서 경찰 수사가 이례적으로 신속했다는 주장에 대해 “편파 수사라는 말은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간 여성들이 제기해온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수사를 한다고 주장하는 시위대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논란과 관련해 관련 부처 장관들의 입장 표명도 잇따랐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시위 현장에 조용히 다녀왔다”며 “여성인권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국민들께 송구스럽고 마음이 무거웠다”고 밝혔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같은 날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우리 사회가 여성의 외침을 들어야 한다”면서 “남성 혐오다 아니다, 정부를 비판했다 아니다, 이런 시시비비는 또 다른 편 가르기”라고 강조했다.

남녀 경찰 성비를 1대 9로 맞춰야 하고 경찰청장과 검찰총장을 모두 여성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이번 3차 시위에서 다시 등장했다. “경찰도 ‘한남충’(한국 남성을 벌레에 비유하는 단어)·공범”이라는 말과 “자이스(남성 성기와 잘했다는 뜻의 ‘나이스’를 합친 말. 주최 측은 ‘자매들 나이스’의 준말이라고 설명)” 같은 단어도 종종 사용됐다.

일부 참가자가 지나가는 남성들을 향해 “보지 말라”거나 “찍지 말라”고 소리친 점을 제외하면 집회는 큰 충돌 없이 진행됐다. ‘스태프(STAFF)’라고 적힌 상의를 입은 여성들이 시위장 주변을 왔다 갔다 하는 동안 참가자들은 도로 한복판에 앉아 “남성무죄 여성유죄” “성차별 수사 중단하라” 등을 연호했다. 집회 중간 일부 여성의 삭발식도 있었다.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가 주최한 편파수사 규탄 시위는 1∼3차 집회에 주최 측 추산 각각 1만2000명, 2만2000명, 6만명(경찰 추산 1만8000명)이 운집하면서 ‘여성’이란 단일 의제로 열린 집회로는 역대 최대 규모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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