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드루킹 실형? 집유? 법원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

검찰, ‘여론조작’ 드루킹에 징역 2년6개월 구형 / ‘둘리’ 등 공범 3명도 1년∼1년6개월 징역 구형

포털 댓글 여론조작 사건 주범인 ‘드루킹’ 김동원(49·사진)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이 구형됐다.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면 드루킹은 지금처럼 구속수감된 상태에서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집행유예 선고로 풀려나면 특검팀 수사는 난항을 겪고 포털 댓글 여론조작 사건의 진상도 영영 파묻히고 말 가능성이 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진동)는 9일 드루킹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해달라는 서면 구형서를 재판부에 냈다. 공범인 필명 ‘서유기’ 박모(구속기소)씨와 ‘둘리’ 우모(〃)씨는 징역 1년6개월, ‘솔본’ 양모(〃)씨는 징역 1년이 각각 구형됐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김대규 판사는 지난 4일 드루킹 등 4명을 상대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통상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구형을 하는 것인데 독특하게도 결심공판이 끝나고 5일 뒤 서면 구형이 이뤄졌다. 선고공판은 오는 25일로 예정돼 있다.

법원 선고 내용에 따라 특검 수사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만약 드루킹이 유죄 판결을 받고서도 집행유예로 풀려난다면 불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하게 되면 드루킹이 입을 열 가능성이 낮다. 이는 허 특검의 수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 박상융 특검보가 9일 서울 서초구 특검사무실에서 수사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드루킹이 받고 있는 혐의는 업무방해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의 문재인 대통령 관련 기사들에 달린 댓글의 공감 수를 조작함으로써 포털의 공정한 업무 수행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공감 수 조작에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매크로(동일작업 반복) 프로그램이 동원됐다. 드루킹은 옥중에서 언론사에 편지를 보내 “2017년 대선 직전 김경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 앞에서 매크로 프로그램 가동 시연을 해보였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경수 경남지사는 “황당한 소설 같은 얘기”라며 전면 부인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드루킹이 현재 받고 있는 혐의로는 실형 선고가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드루킹이 집행유예 선고로 곧 풀려날 것이란 소문이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일파만파 퍼지는 이유다. 법원은 선고 전부터 집행유예 등 얘기가 나도는 것이 몹시 불쾌하다는 표정이다. 김 판사는 “양형과 관련해 여러 예측이 나오는 것으로 아는데,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집행유예가 선고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도는 상황에서 ‘미리 결론을 정해놓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태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