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도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재고할지 모른다고 우려하면서 “우리는 제재와 비핵화에 대한 생각을 바꾸지 않을 것이고, 우리의 태도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북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뜻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한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게 분명해지면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당분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정상 궤도에 들어서기 어려움을 시사한 것이다.
최근 폼페이오 장관의 전격적인 방북 취소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편지를 통해 “(비핵화 협상이) 다시 위기에 처해 있으며 무산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진노를 불렀기 때문이라고 한다. 북한은 이 편지에서 “평화협정에 서명하기 위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미국은 아직도 (북한의) 기대에 부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는 전언이다. 주지하다시피 북·미 협상이 진전되지 못한 것은 미국 탓이 아니라 핵 폐기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 북한 탓이 크다. 북한이 미국에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면서 평화에 가장 위협적인 핵을 고수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한반도 정세가 6·12 북·미 정상회담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평화는 깨지고 북한의 고립은 심화할 것이다. 조속히 태도를 바꿔야 북한에게도 살길이 열린다.
우리 정부는 북한 페이스에 말려들면 안 된다. 북한 매체들이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면서 남한에 판문점 선언 이행을 촉구하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한·미 간 대북 공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정부가 비핵화를 외면한 채 남북관계 개선만 서두른다는 것이다. 이런데도 청와대는 어제 “남북정상회담은 흔들림 없고 오히려 상황이 어려워져 회담의 역할이 더 커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상황을 오판해선 안 된다. 매티스 장관의 한·미 훈련 재개 시사 발언은 한국과의 사전 논의 없이 나온 것이라고 한다. 정부는 한·미 간 대북 공조에 이상이 없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자칫하면 북한 비핵화는 물론이고 한·미공조마저 실종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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