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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국군의날 행사…맨땅에 점프, 한달간 합숙, 이젠 야간행사까지

입력 : 2018-10-01 16:39:41 수정 : 2018-10-01 16:3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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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제 13회 국군의날 기념 우표.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은 기념우표를 발행할 만큼 국군의 날을 중요시 여겼다. 사진=국가기록원

10월 1일은 국군의 날이다. 군은 나라를 지키는 듬직한 형이자 오빠이기에 대부분의 나라에선 군 창설일을 각기 다른 방법으로 기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56년부터 국군의날 기념식을 하고 있다. 이 기념식도 시대에 따라 모양을 달리해 왔다. 연도별 국군의날 행사만 살펴봐도 그 시대 특징을 분명히 읽을 수 있다. 

△ 1956년 제1회 기념식, 1958년부터 10회 국군의날로 정립

1956년 10월 1일 서울운동장(동대문운동장)에서 열렸던 제1회 국군의날 기념식. 국가기록원

국군의날이 등장한 것은 1956년. 국무회의에서 10월 1일을 국군의 날로 지정했다.

국군의 날이 10월 1일로 된 것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하염없이 밀렸던 국군이 반격에 나서 10월 1일 육군 3사단이 최초로 38선을 돌파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1958년 국군의날 기념식. 이해부터 국군의날은 '건군 10주년 국군의 날' 등 1948년부터 연수를 쌓기 시작했다. 국가기록원 

정부는 1956년 10월 1일 서울운동장(동대문운동장, 현 동대문 DSP자리)에서 제1회 국군의 날 행사를 진행했다. 그러다가 '1948년 국군 창설'을 고려해 1958년부터 '건군 10주년 국군의 날'로 이름을 바꿔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 1967년까지 동대문 운동장, 1968년부터 여의도, 1993년부턴 계룡대· 서울공항 등

1962년 제14회 국군의날 시가행진 모습. 사진=KTV 캡처

국군의날 행사는 1956년부터 1967년까지 서울운동장에서 해마다(1962년은 효창운동장) 열렸다.

1968년부터는 대규모 광장이 조성된 여의도로 옮겨와 규모도 훨씬 커졌다.

1971년 여의도 광장에서 열렸던 제 23회 국군의날  기념식. 국가기록원

육해공군 본부가 계룡대로 완전히 이전한 1993년 국군의날 행사는 계룡대에서 진행됐다.

시가행진이 들어있는 5년 주기 행사의 경우 1998년과 2003년 서울공항, 2008년 잠실운동장, 2013년서울공항에서 진행됐고 그 외 연도엔 계룡대에서 열렸다. 

△ 2017년 평택 2함대 사령부, 2018년엔 전쟁기념관

2017년 9월28일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진행된 제69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뒤 처음 열린 2017년 제69회 국군의날 기념식은 계룡대를 벗어나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열렸다. 70주년인 올해 기념식은 전쟁기념관으로 옮겨졌다.

올해 기념식의 최대 특징은 낮이 아닌 밤에 시작(오후 6시30분)했다는 점이다.

△ 시가행진 1979년까지 매년, 이후 1990년까진 3년마다, 1993년이후엔 5년마다, 올핸 취소 

국군의날 행사의 꽃은 시가행진이다. 1979년까진 매년, 이후 1990년까지 3년마다, 1993년 이후엔 5년마다 진행되는 것으로 굳어졌다. 5년째인 2018년엔 시가행진이 생략됐다.

국군의 날 행사의 꽃은 시가행진이다.

기념식을 마친 뒤 육해공 해병대 장병들은 서울시내 한복판을 씩씩하게 행진했다.

시가행진으로 인해 10월1일 하루는 서울 도심이 마비됐다.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많아져 1979년 부터 1990년까지는 3년마다 시가행진이 잡혔다.

권위주의 정권이 퇴장한 1993년 김영삼 정부때부턴 시가행진도 5년마다 하기로 간격을 넓혔다.

5년주기에 해당하는 2018년 올해는 시가행진마저 없어졌다.

△ 1970년대까진 연예인, 시민들이 꽃을 걸어주기도

1970년대까지 국군의날 행사는 국가가 주최하는 최대규모 이벤트 였다. 특히 하이라이트인 시가행진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시가행진에는 국군이 아닌 연예인이 나란히 행진, 볼거리를 더했다. 시민과 학생들은 꽃을 뿌리거나 꽃다발을 목에 걸어주는 것으로 감사를 표했다.

△ 행사준비에 여의도는 1~3달전부터 군용막사촌 등 참여 군인은 초죽음

1970년대 말 여의도 국군의날 행사를 위해 기갑부대 장병등이 탱크를 줄지어 세워놓고 연습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국가기록원

국군의날 행사는 분열, 격파시범, 공중낙하, 시가행진, 신무기 소개 등으로 꾸며져 있다.

하루짜리 행사지만 이를 위해 군은 국군의날 행사준비단을 꾸렸고 국군의날 제식 사령부를 만들었다. 몇 개 사단 등이 동원되는 까닭에 지휘사령관은 일반적으로 육군중장이 맡았다.

행사준비를 위해 3달에서 최소 한달전부터 여의도 주변엔 각종 군장비와 군용막사가 차려졌다.

행사 참여 장병들은 하루종일 사열, 분열연습에 다리가 후들거렸고 무릎연골을 다치는 예가 많았다.

△ 콘코리트 바닥에 점프, 격파 실수로 재격파 뒤 피흘리고 받은 휴가증, 특수부대원들간 자존심 다툼

1973년 제25회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특전사 요원들이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낙하하고 있다. 국가기록원

국군의날 행사엔 공중낙하 시범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여의도 행사는 딱딱한 아스팔트, 콘크리트 바닥에서 펼쳐졌기에 착지과정에서 많은 특전사 요원들이 고통을 겪었다. 바람이 불어 엉뚱한 곳으로 떨어지거나 낙하산이 펴지지 않아 순직한 요원도 있었다. 

또 공중분열에 나선 전투기가 추락한 적도 있었다.

88서울올림픽을 1년 앞둔 1987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특전사 요원들이 오륜기에 나눠타고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라는 문구를 펼친 채 낙하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KTV 캡처

특전사 요원들은 기와장, 벽돌깨기로 위력을 과시했다. 이따금 불량 벽돌(?)로 격파에 실패할 경우 재 격파하기도 했다. 이 과정서 피를 흘린 특전사 대원은 표창과 함께 남들보다 더 많은 포상휴가를 받았다.

각군의 정예 장병들이 동원되는 까닭에 이따금 다툼이 일어나 헌병이 출동한 흑역사도 있다. 

△ 90도 팔 들기하려면 사실상 180까지 흔들어야

국군의날 행사 참가 장병들이 가장 힘들어한 것은 분열. 대통령 앞으로 씩씩하게 행진해야 하기에 사력을 다했다. 오와 열 맞춤은 기본 중 기본. 문제는 팔. 팔을 어깨높이인 90도로 흔들며 지나가야 각이 잡힌다.

해병대 장병들의 분열모습. 해병대는 절도있는 동작을 돋보이기 위해 팔을 180도까지 높이 쳐들며 행진했다. 장병들의 수고는 참으로 엄청났다. 국가기록원

바로 옆에서 보면 90도이나 위에서 보면 90도가 아닌 30몇도로 보인다. 사열대에 선 VIP눈에 90도로 보이려면 팔을 120도 이상 높이 흔들며 지나가야 했다.

해병대는 앞뒤가 아닌 특이하게 팔을 흔들었으며 180도까지 쳐들어 '남과 다른 해병대'임을 은근히 과시하곤 했다.

△ 현역이 예비군 복장입고 예비군 부대로 나와, 학생 동원도, 행사 후 포상휴가 쏟아져

국군의날에는 전투편제에 들어있는 각종부대가 등장한다. 예비군 부대도 어김없이 나왔으며 예전엔 학도호국단 행진도 있었다. 

5년단위 시가행진이 펼쳐졌던 2013년 제65회 국국의날 행진에서 예비군 부대가 지나가는 모습. 모두 현역들이 예비군복을 입고 걸어갔다. 사진=SBS 캡처

예비군 부대의 경우 진짜 예비군이 아닌 현역들이 예비군 옷을 입고 칼같이 각도잡힌 동작을 선보였다.

국군의날 참가 장병들은 참가휘장과 함께 행사 뒤 포상휴가증을 받아들었다. 한달 고생하고 가는 휴가가 꿀맛이었지만 다시는 하기 싫을 만큼 연습, 또 연습, 다시 연습의 나날이었다.

△ 권위주의 절정이던 1976년엔 공휴일로 지정, 1991년 제외돼· 국기 게양하는 날

박정희 정권이 믿는 구석은 바로 군이다. 그런 까닭에 국군의날을 아주 중요시 여겼다.

1976년엔 국군의 날을 '공휴일'로 지정, 달력에 빨간날로 표시됐다. 그러다가 1991년 한글날(10월9일)과 함께 법정공휴일에서 빠졌다.

국군의날은 국가가 정한 기념일이기에 '대한민국 국기법'에 따라 태극기를 게양해야 한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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