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일 ‘종전은 누가 누구에게 주는 선사품이 아니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최근 미국의 이른바 조선(북한)문제 전문가들 속에서 미국이 종전선언에 응해주는 대가로 북조선으로부터 핵계획 신고와 검증은 물론 영변 핵시설 폐기나 미사일 시설 폐기 등을 받아내야 한다는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는 궤변들이 나오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지난달 평양 공동선언에서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전제로 폐기를 약속한 영변 핵시설은 “우리 핵계획의 심장부”라며 “60여년 전에 이미 취했어야 할 조치(종전선언)를 두고 이제 와서 값을 매기면서 그 무슨 대가를 요구하는 광대극을 놀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미 외교수장이 지난 9월 26일(현지시간) 유엔총회가 열리는 미국 뉴욕에서 회동했다. 사진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회동 장면.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캡처 |
백학순 세종연구소 소장은 이날 연구소가 주최한 특별정세토론회에서 “종전선언과 비핵화 조치를 분리시켜 설명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말하는) 상응 조치는 종전선언은 당연히 들어가고 평화협정 협상 또는 관계 정상화 협상 개시, 제재 문제, 주한미군의 성격 전환 등 포괄적인 요구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종전선언을 포기할 수 없다”며 “북한이 (종전선언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정말 종전선언을 포기한 게 아니라 폼페이오 장관이 빈손으로 평양에 오지 말라는 경고”라고 풀이했다.
종전선언을 단순히 북·미 간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의 거래 대상이 아니라 미·중 간 지정학적 경쟁구도에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중국 전문가인 이성현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미국과 패권경쟁을 하는 중국으로서는 종전선언이 주한미군 철수와 무관하다는 북한만큼 종전선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며 “중국으로서는 종전선언을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구실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러시아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 처음 참석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반도 평화체제 당사자가 남·북·미 3자라고 한 발언의 의미도 “북한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미국이) 중국 책임론을 들먹거리지 말라는 취지로 이해하는 게 맞다”고 이 실장은 지적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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