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25일(현지시각) 유엔 총회 참석 중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환담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
2014년 5월27일 일본 요코스카 항에 해상자위대 함정 구니사키 호가 정박한 모습. 도쿄 AP=연합뉴스 |
양국 관계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인 과거사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한일 관계가 DJ·오부치 선언 이후 최악의 상태에 놓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비하면 최악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양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만 4번을, 한미일 정상회담까지 포함하면 6번을 했다. 전화통화도 12차례 이상 한 것으로 안다”며 “실무레벨에서도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서훈 국정원장도 한반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일본을 세 차례 방문해 정보를 공유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당시,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박근혜 정부의 임기 초 한일관계에 비하면 현재 한일 정부는 압도적으로 소통이 잘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 등 시민단체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
◆“文-아베 선언은 시기상조…먼저 비핵화 성과 내야”
최악의 상황은 아니더라도 한일관계 개선의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DJ-오부치 선언처럼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2.0’을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98년 10월8일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총리가 영빈관에서 21세기 새시대를 위한 공동선언에 서명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
양 교수는 DJ·오부치 선언 때보다 한일관계 회복 과정이 복잡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한일관계는 수평적이다. 예전처럼 상하관계가 아니다”며 “양국 정상 간에 직접적인 논의로 구체적 합의를 도출하는 이른바 ‘톱다운(Top down)’식 타결은 힘들어졌다”고 분석했다. 또 “한국과 일본은 정부뿐 아니라 시민단체 등 민간에서도 다양한 대립·갈등·협력이 이뤄지고 있어 이전보다 훨씬 다층적인 관계로 접어들었다”며 “그동안 단절된 한일역사공동위원회 등 민간 차원의 지적 교류부터 풀어나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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