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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는 왜 같은 말(horse)을 두 번 샀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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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09 10:00:00 수정 : 2018-10-09 14: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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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7일 이뤄진 4차 방북에서 ‘중대한 진전’이 이뤄졌고, 국제 핵 사찰단이 곧 방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전문가들과 언론은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서 같은 말(horse)을 두 번 샀다고 혹평했다. 북한이 한 번 써먹었던 풍계기 핵 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 카드를 두 번에 걸쳐 사용하고 있고,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의 이런 상술에 말려들었다는 것이다.

7일 평양을 방문한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과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빈손 귀환 논란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7월에 3차 방북을 했다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지도 못했고, 북한으로부터 ‘강도 같은 요구를 한다’는 비난만 듣고 빈손으로 돌아왔다. 폼페이오 장관은 약 3개월 만에 이뤄진 4차 방북을 마친 뒤 ‘중대한 진전’이 이뤄졌다고 홍보전에 나섰다. 폼페이오 장관이 내세운 성과는 김 위원장이 풍계리 핵 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에 대한 국제 사찰단의 조사 활동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NBC 방송은 8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이 북한의 최근 대미 양보 조처를 일축했다”고 전했다. 안드레아 버거 미들베리 국제문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이 방송에 “북한이 같은 자동차를 미국에 두 번 팔았다”면서 “미국이 북한의 새로운 행동이나 새로운 시설을 감시하는 게 아니라 이미 버려진 장소에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NBC는 “풍계리 핵 실험장은 이미 6개월 전에 폐쇄됐고, 북한이 더는 필요하지 않은 곳”이라고 지적했다. NBC는 “몇 개의 터널은 이미 붕괴했고, 더는 쓸모가 없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 방송은 “전문가들이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전했다.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일 오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비핀 나랑 MIT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현란한 기술로 같은 말을 두 번 팔았다”고 주장했다. 나랑 교수는 “북한의 풍계리 시설에 대한 약속에서 진정으로 알 수 있는 것은 김 위원장이 겉치레 양보를 하면서 몇 개월 동안의 시간 벌기를 하는 달인의 경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이라고 혹평했다. 김 위원장이 사찰단을 끌어들여 시간을 벌면서 국제적 위상 제고, 평화 체제 구축, 경제적 유대 관계 구축 등에 나서고 있다는 게 나랑 교수의 진단이다.

제임스 액턴 카네기국제평화재단 국장은 “풍계리 초대는 농담이거나 완전한 선전전”이라고 일축했다. NBC는 “현장 방문을 하게 될 사찰관이 누가될지 정보가 없고, 사찰관의 활동 범위도 나와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버거 국장은 “북한이 만약 사찰관의 활동을 다른 시설로 확대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이번 양보 조처의 의미가 있고, 이득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버거 국장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보려 한다면 매우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나 비핵화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핵무장 제한이나 핵 프로그램 투명성 제고와 같은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기대를 해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7일 평양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과 회동장을 향해 함께 걷는 모습. 연합뉴스
◆폼페이오의 승리 선언

미국의 언론 매체 복스(Vox)는 이날 “북한의 최근 양보는 진정한 양보가 아닌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무엇인가 큰 것을 포기한 것처럼 믿게 하려고 들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사찰을 허용한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등은 북한에 더는 쓸모가 없는 것이어서 김 위원장의 최근 양보 조처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폼페이오 장관이 도쿄, 평양, 서울, 베이징을 거쳐 3일 만에 워싱턴으로 돌아왔으나 그가 무엇을 성취했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대북 대화의 미묘한 성격을 고려할 때 폼페이오 장관과 북한 측이 합의에 도달했지만, 발표를 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폼페이오 장관이 어떤 내용을 발표하기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9일 점심을 함께하면서 먼저 보고를 하려고 했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보면 이것은 지엽말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폼페이오 장관이 4차 방북을 통해 북·미 2차 정상회담 추진 확인, 북한의 외부 사찰관 활동 허용, 미국의 상응 조치 강구 등의 결과를 얻어냈지만, 북한 핵무기 해체 약속을 받아내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만든 핵무기를 감축하거나 해체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며 핵·미사일 리스트 공개에도 동의하지 않았다고 NYT가 강조했다. NYT는 미국 사찰단이 핵 실험장을 방문해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이 의구심을 보인다고 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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