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3대 주봉의 하나인 노고단에서 바라본 운해. |
지리산은 국내 최초의 국립공원이다. 지리산 국립공원의 탄생엔 구례 주민들의 자발적인 운동이 큰 역할을 담당했다. 국립공원이 지정되기 이전인 1960년대 지리산은 무분별한 남획으로 몸살을 앓았다. 명산 지리산이 위기에 처하자 구례군민들이 나섰다. 주민들은 모금운동과 국립공원 지정운동을 펼쳐 지리산을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도록 했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운동으로 국립공원이 지정된 사례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1호 국립공원은 여러 생명체의 보금자리로 거듭나고 있다. 구례군 종복원기술원에서는 멸종위기 동물의 복원 사업이 지속해서 이뤄진다. 한때 5마리까지 줄었던 반달가슴곰이 56마리까지 증가한 것도 이런 노력의 결과이다. 천연기념물인 수달의 서식지 보존을 위한 구례군의 노력은 중단없이 진행되고 있다. 구례군은 수달의 서식지 인근에 전국 최대 규모의 생태공원을 만들어 수달과 생태 자연을 보호할 예정이다. 구례군 소재 섬진강어류생태관은 46종의 민물고기 2만여 마리를 보존하고 있다.
구례군은 장수 도시이다. 김순호 구례군수는 “구례군은 전국에서 장수지표가 2번째로 높은 지역”이라며 “광주·전남에서 암 발병률이 가장 낮은 곳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구례군 곳곳의 샘물은 미네랄 함량이 세계 최고의 수준인데, 그중 ‘산수려 샘물’은 유명하다. 구례군은 대한민국에서 살기 좋은 33곳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 조건 덕분인지 구례를 거주지로 찾는 외지인들이 늘고 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유입된 주민 수는 3000여명에 이른다. 전체 주민의 10%가량이 증가한 셈이다. 이들은 귀농·귀촌을 위해 체계적으로 농업 교육을 받고, 지역민과 소통하고 융화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
전남 구례군 토지면 지리산 피아골 단풍. |
구례군이 주민과 외지인을 향해 내건 슬로건은 ‘자연으로 가는 길’이다. 구례군에 있는 다수의 관광지가 자연과 연관돼 운영되는 점을 반영했다. 구례군은 “그동안 국가브랜드 슬로건 대상을 받는 등 ‘자연으로 가는 길’이라는 브랜드는 확실한 위상을 점하고 있다”며 “그만큼 자연이 가진 가치가 평가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례군이 자랑하는 자연은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가을엔 피아골과 삼홍소가 빨간 단풍으로 물들어 등산객을 유혹한다. 문척면에 위치한 오산 사성암에서 보는 황금빛 들판은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경치가 매우 뛰어나 국가에서 명승으로 지정됐다. 겨울엔 지리산 노고단의 설경이 일품이다. 만복대를 바라보며 노천욕이 가능한 지리산온천도 빠질 수 없다. 겨울이 끝나면 지리산의 생명이 노래한다. 전국 최대의 산수유 군락지인 산동면에서 산수유축제가 열린다. 인근 곡성군 천문대에서 화개장터가 있는 남도대교까지 섬진강을 따라 즐기는 자동차 운전은 여행의 백미이다.
여름엔 수락폭포, 문수골, 용지동 등 지리산의 맑은 물이 내려오는 계곡들에 피서객들이 붐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전하면서 관광객의 편의를 확충하는 친자연적인 관광발전을 철학으로 갖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자연은 전통문화의 자양분이다. 지리산에 자리한 천년고찰인 화엄사와 천은사, 연곡사 등은 구례군의 자랑이다.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 등 구례군에 있는 국보 문화재는 모두 6점에 달하며 국가지정문화재는 37점에 이른다. 역사도시인 구례군은 동편제 판소리의 고장으로 국창 송만갑 선생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해마다 10월엔 그를 기려 송만갑 판소리·고수대회와 동편제소리축제가 열린다.
◆역동적인 문화와 스포츠가 공존하는 곳
구례군엔 친환경 유기식품클러스터인 자연드림파크가 입주해 있다. 이곳 복합문화단지엔 식당, 영화관 등이 있어 자연 속에서 여러 문화활동을 즐길 수 있다. 해마다 여름엔 구례 자연드림 록페스티벌이 열려 지역을 더욱 젊게 만든다. 구례군은 지역의 일자리 창출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2020년까지 자연드림파크 2단지를 조성해 지역의 주민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할 방침이다.
지난달에는 국제철인 3종경기인 ‘아이언맨 구례 코리아 대회’가 개최됐다. 36개국에서 1500여명의 철인이 구례군을 찾아 자연과 호흡했다.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에게 구례군의 지리산과 섬진강의 아름다운 경치를 따라가는 코스는 크게 인기를 끌었다. 참가자들은 “세계 어떤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아름다운 코스”라고 입을 모았다.
구례=한승하 기자 hsh6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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