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이나 괴물 분장으로 축제를 즐기는 ‘핼러윈데이(Halloween day·매년 10월31일)’를 앞두고 유통업계가 각종 상품을 내놓고 상인들도 여러 장식을 준비하는 등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축제 준비 손길까지 바빠지고 있다.
아이가 입겠다는 통에 어떤 의상을 마련할지 고민이라는 글과 지난해 자녀가 착용한 핼러윈데이 의상을 판다는 글 그리고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친구들과 교사에게 보낸다며 각종 선물을 마련 중이라는 글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뒤섞인다. 추석에서 가을소풍 그리고 핼러윈데이까지 이어지는 지출에 누군가는 “등골이 휜다”고 호소했다.
사전 등에 따르면 핼러윈데이는 켈트인의 전통 축제가 뿌리로 알려졌다. 매년 마지막 날이 되면 켈트인은 음식을 마련하고 신에게 제의를 올림으로써 죽은 이의 혼을 달래고 악령을 쫓았는데, 악령이 자기에게 해를 끼칠까 두려워 마치 악령인 것처럼 착각하게끔 의상을 꾸며 입은 데서 핼러윈데이 의상이 유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월,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차 없는 거리에서 시민들이 롯데월드 어드벤처의 가을시즌 축제 ‘호러 할로윈 THE Virus’ 개최를 기념해 호박, 유령 등 핼러윈 캐릭터들이 총출동하는 퍼레이드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상관없음. 세계일보 자료사진. |
유치원에 딸을 보내는 40대 주부 A씨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핼러윈데이 의상 고민 글을 게재했다.
A씨는 “아이가 핼러윈데이 축제를 하는 건 처음”이라며 “보통 어떤 옷을 입히는지 궁금하다”고 글에서 밝혔다. 아래에는 애니메이션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의상이 잘 통한다면서 각종 알록달록한 분장이 아이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자녀가 첫 핼러윈데이 축제를 맞이하는 이들은 “기념일이라도 온 것처럼 아이가 핼러윈데이를 기다린다”며 “우리 아이만 안 입힐 수는 없는데 어떤 옷을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토로한다.
핼러윈데이의 고유 풍습인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을 두고 자녀가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면서 쑥스러워하지 않게 도와줄 분이 계시냐는 글도 발견된다. 괴물이나 마녀, 유령 등으로 분장한 아이들이 이웃집을 찾아다니며 사탕과 초콜릿을 얻을 때 외치는 ‘과자를 안 주면 장난칠 거야!’라는 의미의 말이다.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다른 친구들에게 주려고 핼러윈데이 선물을 준비 중이라는 글도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아이의 이름과 얼굴을 핼러윈데이 이미지와 합성한 포장지를 만들어 먹을 것을 담았으며, 다른 네티즌은 같은반 아이들에게 주고자 털장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정성이 대단하시다” “핼러윈데이가 성큼 다가온 것을 느끼게 된다” 등의 다양한 반응이 이어졌다.
지난해 쓴 핼러윈데이 의상을 팔려는 이들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애니메이션 여주인공 복장을 중고거래 커뮤니티에 내놓은 한 네티즌은 “장식이 조금 떨어졌지만 입는 데는 전혀 문제없다”며 “원하시는 분은 얼른 연락달라”고 말했다.
부모들의 지출 부담에 핼러윈데이를 흥청망청 즐기는 탓에 다른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소식들이 합해지면서 핼러윈 시즌을 보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핼러윈데이가 거스를 수 없는 문화로 성장한 만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켜 하나의 즐길 거리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이택광 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핼러윈데이 축제는 기존 우리 문화와 새로운 외래 문화가 합쳐지는 ‘습합’의 사례”라며 “과잉 소비나 지나친 행동을 자제하면서 즐기는 문화로 발전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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