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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약은 훌륭한 미래 먹거리… 한의약도 해외로 적극 눈돌릴 때”

입력 : 2018-10-28 20:48:22 수정 : 2018-10-28 20: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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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진흥재단 이응세 원장 “세계 전통의약 시장 규모는 240조원입니다. 삼성전자 1년 매출액과 비슷한 규모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50년에는 무려 55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합니다. 급속한 전통의약 시장 성장 추세에 발맞춰 세계 주요 국가들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어요. 특히 세계 전통의약의 6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은 당국이 제도·정책적 지원을 통해 중의약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해외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습니다. 한의약의 해외 진출이 촉진된다면 한의약의 산업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국가경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26일 서울 충무로 남산스퀘어에 입주한 한약진흥재단 서울정책본부에서 만난 한약진흥재단 이응세(56) 원장은 인터뷰 내내 “한의약을 더는 ‘낡고 고루한’ 분야로 치부하기보다는 국가 미래 먹거리로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응세 한약진흥재단 원장은 인터뷰에서 “한의약은 메디컬이자 문화이며 동양철학이 깃든 세계인에게 흥미로운 분야다. 세계 곳곳에 한의약 마니아층도 있다. 전략적으로 한의약 콘텐츠를 기획한다면 한류의 한 분야로 한의약의 세계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약진흥재단 제공

한약진흥재단은 일반에는 생소하나 2016년 정부가 전남한방산업진흥원과 한국한방산업진흥원을 통합해 설립한 보건복지부 소속 유일한 한의약 국기기관이다. 한의약의 표준화·과학화를 통한 한의약의 세계화가 주된 업무다.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한의약의 안전성과 효과에 과학적 근거를 마련해 고품질 한약제제 개발과 한의 신약 개발, 보험급여 확대, 한의 표준 임상진료지침을 개발·보급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의학을 산업화가 가능토록 해 국제 경쟁력을 갖게 하는 일이다. 현재 본원인 경북 경산을 비롯해 장흥, 대구, 서울 4곳에 본부를 두고 있다.

이 원장은 재단의 한의약 세계화 전략에 관해 묻자 “보건복지부와 ‘한의약 세계화 추진 사업’을 하고 있다. 기존의 한의학 관련 기관들이 산발적으로 진행해온 한의학 해외 홍보를 국가 차원에서 통합해 추진하는 것이다. 임상, 문화, 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콘텐츠를 개발하고 온·오프라인 한의학 홍보를 진행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활동으로 ‘동의보감 아카데미’를 꼽았다. 미국과 유럽의 전통의학 전문가와 학생들에게 한의 피부미용, 스포츠 한의학, 사암침 등 한의학의 강점을 교육하고 있다. 현재까지 4000여명이 수강했다.

그는 이어 “2015년 중국 중의과학원 투유유 교수가 개똥쑥에서 말라리아 치료제 성분을 찾아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이후 세계가 천연물질에 대해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한약재에서 분리한 천연물질은 다양한 약용효과가 있어 오래전부터 사용해왔다.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껍질에서,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는 한약재 팔각회향에서 분리한 천연물질로 만들었다. 그런 만큼 우리 재단에서도 수천 종의 천연물질 은행, 즉 한의약소재은행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연구원이 한약제 성분 검사를 하고 있다. 한약진흥재단은 한의약의 표준화, 과학화를 통한 산업화에 집중하고 있다.
한약진흥재단 제공
한국, 중국, 일본 동아시아 3국의 전통의학 차이에 대해 그는 “중국의 중서의결합과 일본 한방의학은 주로 서양 의학적 진단에 맞춰 단일한 증상별로 한약을 처방한다. 이에 비해 한의학에서는 서양의학 병명을 참고로 하되, 환자가 나타내는 다양한 증상들을 종합한 한의학적 변증으로써 환자를 이해한다. 이를테면 기침이라는 증상을 가진 환자에게 모두 동일한 기침약을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소화는 잘하고 있는지, 잠은 잘 자는지 등 기침과는 크게 상관없어 보이는 다른 상태들도 참고해 환자를 총체적으로 파악한 뒤 처방한다. 이러한 경험의 축적으로 한국에서는 치료하는 약재들이 꾸준히 세분돼 왔다. 기존의 처방들도 부작용이 작으면서 효과가 좋은 약재들로 대체되는 등 독자적으로 끊임없이 발전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단의 한약제제 현대화 사업(제형 현대화) 진행 정도를 묻자 “2013년 국내 최초로 건강보험용 한약제제 연구를 시작해 지금까지 연조엑스제(짜먹는 약), 정제 등 처방에 적합한 맞춤형 한약제제를 연구개발해 평위산 갈근탕, 오적산, 보증익기탕 등 22품목을 보험등재했다. 앞으로도 한약제제 한의학적 효능에 대한 과학적 검증으로 유효성, 안전성, 편의성을 확보해 한방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인터뷰 말미에 최근 남북관계가 평화 모드인 만큼 북한과의 한의학 교류도 적극 추진할 의사를 내비쳤다. “지난 7월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공동으로 ‘남북 교류를 대비한 한의약 역할 강화 방안’이란 주제로 한의약보건 정책포럼을 개최하는 등 한의약 남북 교류사업 재개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한의약 분야는 2001년 7월 1차 대표단 방북을 시작으로 다양한 남북 교류협력을 추진해왔고, 당시 저도 방북단의 일원으로 7차례 북한을 방문해 각종 사업을 추진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기에 이번 남북협력 사업 추진이 더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남북한 한의학의 특징은, 자본이 부족한 북한은 전통적인 방법을 유지하고 있고, 남한은 현대적이고 산업적 측면이 발전했어요. 우리는 이가 아프면 치과를 가지만 북한은 양약이 귀하니까 가능한 한 한의학으로 어떻게든 치료해보려고 전통적인 방식을 연구해왔어요. 한국에서는 잘 하지 않는 수법도 기가 막히게 합니다. 하지만 의료기술은 우리가 더 좋으니까 협력하면 좋은 효과가 나올 것입니다. 남북한의 한의약 교류가 활발해지면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 우리나라가 세계 전통의약 시장의 새 강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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