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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日징용 피해자에 배상하라" 13년만에 결론…줄소송 이어지나?

입력 : 2018-10-30 16:08:26 수정 : 2018-10-30 16: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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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신일철주금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 판결 등 전원합의체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0일 오후 2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강제징용 피해자 4명(여운택·신천수·이춘식·김규수씨)이 신일철주금(新日鐵·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재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고, "각 1억원의 위자료와 그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그대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지난 2013년 8월 대법원에 사건이 다시 접수된 지 5년 2개월만에 이뤄졌다. 또 지난 2005년 2월 처음 소송이 제기된 지 13년8개월만이다.

이 기간에 소송 당사자 4명 중 3명이 세상을 떠났고, 이춘식씨만이 유일하게 생존해있다. 이씨는 호적상 1924년생으로 95살이지만 실제 나이는 98세로 알려졌다. 

이날 재판부는 핵심 쟁점은 1965년에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이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행사 될 수 있는지 여부였으며 재판부는 2012년 판결때와 마찬가지로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날 재판장인 대법원장을 포함해 7명의 다수 의견으로 이같이 결론이 났다. 또 결론은 같으나 이유가 다른 대법관 4명의 별개 의견이 있었다.

재판부는 "이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 식민 지배 및 침략 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한 청구권으로 미지급 임금이나 보상금을 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강제동원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한일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일제의 한반도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라는 전제로 내려진 일본 법원의 판결은 우리 헌법 가치에 반하므로 국내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또한 재판부는 일본의 확정판결 효력이 국내에 미치지 않는다고 인정해 일본제철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청구권협정은 한일 양국간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관계를 정치적 합의에 의해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협상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강제동원 피해의 법적 배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했다"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이 그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또 신일철주금이 가해 기업인 구 일본제철과 법적으로 동일한 회사인지에 대해서도 "원심과 같이 법적으로 동일한 기업으로 인정된다"며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소멸시효가 완성돼 배상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신일철주금의 주장에 대해선 "소멸시효 주장은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한 권리남용"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한일청구권협정에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포함돼 그 권리가 제한되므로 파기환송해야 한다는 권순일·조재연 대법관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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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그 내용이 우리 나라의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라며 "국내법상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일본 기업 측 주장도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지난 1941~1943년에 신일본제철의 전신인 일본제철에 강제징용돼 고된 노역에 시달렸으나 임금을 전혀 받지 못했다. 이후 소련군의 공습으로 공장이 파괴되고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이 되면서 비로소 고향에 돌아올 수 있었다.

역대 한·일 정권은 강제징용 피해자의 청구권 문제는 1965년 맺은 한·일청구권 협정에 따른 청구권협정에 따라 해결됐다는 입장이었으며 지난 1997년부터 2005년까지 한·일 사법부에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 모두 패소했다.

고(故) 여운택씨와 신천수씨는 지난 1997년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금과 미지급된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으나 원고 패소했으며 2003년 10월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이후 이들은 지난 2005년 국내 법원에 같은 취지의 이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일본 확정판결의 효력이 국내에 미쳐 그와 모순된 판단을 할 수 없고, 신일본제철이 일본제철과 동일한 회사로 인정되지 않아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2012년 5월 2심을 뒤집고 ‘청구권협정에도 개인의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는다’고 1·2심에서 패소했던 원고 승소 취지로 다시 재판하라고 파기 환송했다. 

재판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고 신일본제철이 강제노동에 대한 배상책임이 있다"며 "일본의 확정판결은 강제동원 자체가 불법이라고 보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 가치와 정면충돌해 국내에서 효력이 인정되지 않다"라는 등의 이유였다.

사건을 다시 심리한 서울고법은 이듬해인 2013년 7월 "일본의 핵심 군수업체였던 구 일본제철은 일본 정부와 함께 침략 전쟁을 위해 인력을 동원하는 등 반인도적인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면서 원고들에게 각각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5년 넘게 심리를 미뤄왔고 이와 관련해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 등을 통해 전 박근혜 정부가 한일관계 등을 이유로 강제징용 소송 재판을 늦추거나 결론을 뒤집는 안을 제시하는 등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법원행정처와 재판 진행 및 처리방향을 논의한 일명 '사법거래' 정황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 중이다.

한편,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판결을 그대로 확정으로 인해 일제 시대 강제징용 피해자는 22만명 이상으로 알려져 이번에 피해자 승소 확정으로 인해 일제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이 줄 소송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피해자지원 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현재 국내에서 관련 재판이 15건 진행 중이며 피소된 일본 기업도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을 비롯해 70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일본 언론들은 이번 소송에서 일본 기업의 패소가 확정되면 일본 정부가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등 법적 대응을 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일본이 ICJ에 제소하더라도 한국이 응하지 않으면 재판은 열리지 않는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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