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도 총지출 규모를 올해보다 9.7% 증가한 470조5000억원으로 확정해 국회로 넘겼다. 최대 증액분야는 보건·복지·노동으로 올해 대비 12.1%가 늘어난 162조2000억원이 편성됐는데, 이는 전체 예산의 3분의 1이 넘는 규모다. 이것도 전체 모습은 아니다. 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 권고해 올해 예산안 설명자료부터 반영된 국가재정 외로 운용되는 국민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을 포함할 경우, 총지출 규모는 470조원 수준이 아니라 540조원 수준으로 확대된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 행정학 |
소득분배만큼 중요한 것이 자산분배이듯 신혼부부 대상 신혼희망타운 1만5000호 공급 등 주거지원 확대사업은 청·장년층의 내집마련 부담을 덜어주는 모기지론의 확대와 그 효과를 엄정하게 비교 반영할 필요가 있다. 고용보험 미적용자 대상 출산급여 지급, 아이돌봄서비스 지원대상과 수준 확대 등 저출산대책 예산은 실효성을 기준으로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엄청나게 남발하고 있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저출산예산의 총체적인 성과분석에 기초해 사업을 구조조정할 필요가 있다.
판문점선언 이행 등과 관련된 남북협력기금은 올해보다 1385억원 증액한 1조977억원으로 확대됐다. 남북협력 예산은 유연한 집행을 위해 기금으로 반영하고 있는바 남북협력기금 심의는 북한의 비핵화 일정과 보조를 맞춰 신중히 처리돼야 한다. 행정부와 같이 국회에서도 사업별 기대성과를 철저히 따져 과속 우려나 과다한 불용을 방지해야 한다.
2015년에는 13조9000억원 수준이었고 올해보다 22% 많은 23조5000억원으로 편성된 일자리예산은 재정사업 심층평가 결과를 반영해 우선순위가 재조정될 필요가 있다. 장애인·여성·노인 등 취약계층의 재정지원 일자리 확대는 유례없는 고용위기를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고, 중소기업취업 청년의 자산형성을 위한 청년 일자리대책, 신중년 전직지원강화 및 재취업유도사업은 바람직하다. 사회서비스일자리와 공무원 등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은 단년도 일자리예산의 관점을 넘어 연금부담까지를 감안한 중·장기적 시각에서 추진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투자로 분석된 직업훈련 강화와 미스매치 해결을 위한 부처별로 분절화된 일자리네트워크의 통합 활성화사업은 보다 강조돼야 한다.
민생경제와 투자 및 소비심리가 바닥으로 가라앉은 터라 경기 활성화의 마중물로서 나아가 지렛대로서 예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우리 경제는 내년에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거시예산 측면에서 확장적 재정투자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중요한 것은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그리고 포용적 성장을 위해서라도 보다 효과적으로 쓰이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 행정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