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대다수가 생각하는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다. 우리 사회에는 위기에 내몰린 구성원을 보호해주는 사회안전망이 부실해 삶의 기로에서 한번 미끌어지면 수렁에 빠지고 만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 과거, 지금도 불행하고 미래에도 삶이 불행할 것이라고 보는 ‘행복취약층’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국인의 행복과 행복 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이용수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정보센터 자료개발실장팀이 만 19세 이상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행복 인식도 설문조사에서 5명 중 1명(20.2%)이 ‘현재 불행하며 과거에 비해 나아지지 않았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도 괜찮고 미래도 대략 괜찮다’는 응답은 56.7%였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비관적으로 보는 ‘전반적 불행형’은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높게 나타났다. 성별· 연령별로 분류했을 때 현재의 행복감이 가장 낮은 집단은 60대 이상 남성(0∼10점 기준으로 6.19점)이었다. 미래에 대한 행복 기대감이 낮은 집단도 60대 남성과 60대 여성으로 각각 0.62점, 0.59점이었다. 평균(-5∼5점 기준으로 1.39점)보다 크게 낮았다.
현재 행복감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소득·소비, 고용, 가족관계, 주거 등 순으로 많이 꼽혔다. 정치 상황과 안전, 안보, 환경 등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소득 수준과 행복 인식은 정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가구 소득이 500만원 이상 가구의 현재 행복감은 7.02점으로 300만∼499만원(6.69점), 300만원 미만(6.29점)보다 높았다.
사회경제적 계층이 하락할 수 있다는 불안도 팽배한 상태다. 사회이동성 측면에서 하층으로 떨어질 가능성에 대해 응답자 10명 중 7명이 언제든 삶의 수준이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56.8%는 ‘그럴 가능성이 약간 있다’고 대답했고 15.1%는 ‘떨어질 가능성이 너무 크다’고 답했다.
연구팀은 “심지어 생활 여건과 상황이 아주 좋은 사람들도 자칫하면 헤어나올 수 없는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느끼고 있다”며 “사회 전반에 팽배한 시스템에 대한 불안과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엔의 세계행복보고서(2018)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5.875점으로 157개국 중 57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 비교 대상을 좁히면 34개국 중 32위다. 반면 경제 규모는 명목 국내총생산(GDP)를 기준으로 2017년 기준 세계 12위를 기록했다.
이용수 실장은 “우리나라는 경제력에 비해 국민 행복 수준이 훨씬 떨어진다”며 “행복감에 큰 영향을 주는 소득·소비 생활과 고용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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