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딩크’ 박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때 대표팀 수석코치로 일했다. 당시 폴란드와의 조별리그 1차전서 황선홍이 선제골을 넣은 뒤 한국 벤치로 달려가 박 감독과 진한 포옹을 해 화제가 됐다. 박 감독은 그해 부산 아시안게임의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지만, 동메달에 그쳐 해임됐다. 이후 K리그와 실업축구를 오가며 떠돌이 생활을 하다 지난해 베트남 대표팀을 맡은 뒤 ‘천운’을 탔다.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비롯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등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이제 박 감독은 또 하나의 ‘매직’을 일으킬 참이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6일 베트남 하노이 미딘 국립 경기장에서 열린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준결승 2차전 홈경기서 필리핀을 2-1로 꺾고 1, 2차전 합계 4-2로 결승행을 확정했다. 베트남은 오는 11일과 15일에 말레이시아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린다. 말레이시아 벽까지 넘으면 베트남은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베트남은 1-0으로 앞선 후반 42분 응우옌꽁프엉이 현란한 기술로 페널티 지역 왼쪽을 뚫은 뒤 왼발 강슛으로 골 망을 갈랐다. 벤치에서 초조하게 지켜보던 박 감독은 승리를 예감한 듯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치며 기뻐했다.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전반전에 골을 허용하지 않으면 승리할 수 있다고 전했다. 1차전 때 필리핀은 후반 15분에서 후반 30분 사이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것을 느꼈다”라고 설명했다.
이제 마지막 고비가 남은 베트남은 여세를 몰아 우승컵을 거머쥐겠다는 각오다. 박 감독은 말레이시아와 결승에 관한 질문에 “조별리그에서 2-0으로 승리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공격력이 좋은 팀이기 때문에, 철저히 준비하겠다”라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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