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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다가온 우주자립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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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12 21:19:33 수정 : 2018-12-12 21: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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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체의 ‘심장’ 75t급 액체엔진/성공적 발사로 기술 보유국 입증/실패 밑거름으로 8년 만에 결실/한국형 발사체로 탐사 기대 높여 얼마 전 한국의 우주개발 역사에 기록될 만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달 28일 고흥 나로 우주센터에서 한국형 우주발사체인 ‘누리호(KSLV-II)’의 시험발사체가 성공적으로 발사됐기 때문이다. 이번 실험은 2021년 발사 예정인 ‘누리호’ 1단에 4기와 2단에 1기가 장착될 75t급 액체엔진 1기에 대한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날씨와 주변 상황을 감안해 세웠던 최고 목표 시간보다 1초 더 날아서 151초를 날았으며, 도달 고도도 애초 기준으로 삼았던 201㎞를 훨씬 넘어 209㎞에 도달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한국은 ‘발사체 엔진 기술 보유국’으로 인정받게 됐다.

이번 시험발사를 총괄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팀은 2009년 8월과 2010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러시아의 기술을 도입해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를 발사했다. 그러나 1차 때는 216초, 2차 때는 137초 직후 공중에서 폭발했던 실패 경험이 있다. 이후 2011년 나로호 발사체를 쏘아 올린 경험이 있지만 추력을 발생시키는 핵심부품인 엔진은 러시아의 것을 이용했다. 이렇듯 한국이 발사체의 ‘심장’인 75t급 액체엔진을 자체설계하고 제작해 1차 실전 성능시험에 이르기까지에는 8년 가까운 세월이 걸렸다. 개발에 참여한 인력만도 항우연 연구진 255명과 외부 협력업체 인력을 비롯해 모두 120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우주발사체의 핵심부품인 엔진의 폭발에 대한 과거의 실패 경험을 이겨내고 마침내 실험에 성공한 것이다.

김광선 코리아텍 교수 메카트로닉스공학
우주발사체는 일반 발사체와 추력 발생의 기본 원리는 같지만 크기, 무게 그리고 저항력의 종류와 규모 면에서 완전히 다르다. 우주발사체는 인공위성이나 우주인을 태우고 지구 중력을 거슬러 올라가 대기권 탈출을 위한 연료와 거대한 부품 무게로 구성돼 있기에 날아오르게 하는 추력이 단시간에 발생해야 한다. 동시에 추력은 발사체가 원하는 궤도에 진입할 때까지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하며, 저항력의 변화에 정밀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첨단과학 및 제어공학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추력의 공급과 함께 중요한 기술요소는 발사체를 가볍게 만드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발사체 무게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연료 탱크의 크기를 줄여야 하지만 연료가 적어질 경우 무게는 줄어들지만 연소에 의해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양도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즉 발사체가 가벼워지면 연소기 효율을 극대화해 더 많은 연료를 더 빠르게 연소시켜야 한다. 그런데 연소기를 포함한 추진기관에서는 섭씨 3000도의 고온과 200기압의 초고압 유지와 함께 영하 183도의 극저온 상태로 저장된 액체산소 연료 탱크를 유지해야 하는 서로 다른 극한 환경이 존재하게 된다. 극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음향진동, 열전달, 힘과 열에 의한 재료의 응력변화에 따른 물체의 변형 현상은 피할 수 없다. 이로써 최소의 무게로 최대의 추력을 발생시킬 운전조건을 찾아낼 수 있는 최적화 설계 기법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발사체 추력의 원리는 공기를 가득 주입한 고무풍선의 입구를 쥐고 있다가 놓는 순간 입구에서 급하게 나오는 공기가 공간 속으로 분출되면서 추력을 발생해 풍선이 자유자재로 나아가는 현상과 같다. 이번에 성공한 75t급 액체엔진 실험은 규모 및 제어 면에서 풍선과 많이 다르다. 하지만 연소실에서 지속적이고 강력한 연소반응으로 분출된 고온 고압의 가스 유동 에너지와 풍선에서 분출되는 공기가 만들어 낸 추력에너지가 원리 면에서 유사하므로 유추해보면 추력 발생의 현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주발사체 개발은 기초과학의 응용 분야인 공학기술의 총 집합체이다. 정밀한 기초과학 이론을 융합해 극한 환경에서 활용하려면 융합 분야에 대한 기술개발 경험을 쌓아야 하고, 다양한 변수를 처리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경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듯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이번 성공을 시작으로 3년 후 한국형 우주발사체가 원하는 궤도에 반드시 도달해 순수 우리의 기술력으로 우주시대를 열기를 기대해 본다.

김광선 코리아텍 교수 메카트로닉스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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