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OPEC을 비판하며 내놓은 말이다. 그의 말대로 OPEC은 1970년대 가격을 3배 정도 높이기 위해 원유 공급을 줄이는 데 합의하며 담합에 나선 ‘전과’가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절반의 진실에 가깝다. 세계의 원유 가격이 결정되는 데 있어 OPEC 외에도 미국, 러시아 등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방송은 OPEC이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40%를 책임지고 있는 만큼 공급 조절을 통해 이들이 적어도 원유 가격의 하락을 막을 수 있을 정도의 시장 영향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OPEC의 리더는 OPEC 회원국 전체 원유 생산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꼽힌다.
또 다른 요인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對)이란 제재가 미치는 영향이다. 현재 이란은 미국의 제재 재개로 원유 거래를 할 수 없지만 미국의 제재 면제 조처로 중국, 인도, 일본 등 주요 구매자들과는 여전히 거래 중이다. 이는 국제 원유 시장에 공급량을 유지시켜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이 됐다.
미국은 사우디, 러시아와 다른 방식으로 원유 시장에 개입한다. 원유 생산에 있어 국가의 입김이 큰 이들 국가와 달리 미국에선 원유 생산이 각 개별 기업의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 원유 기업들은 반독과점법에 따라 OPEC 국가들과 가격을 높이기 위해 담합을 할 수 없다.
셰일개스 생산 모습. |
BBC방송은 “OPEC이 여전히 (원유 가격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OPEC 결정으로 원유 가격이 결정되는 시기는 지났다”며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원유에 덜 의존하는 삶을 살게 된다면 OPEC의 영향력은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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