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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가격은 누가·어떻게 결정하나 [월드 이슈]

입력 : 2018-12-13 07:00:00 수정 : 2018-12-13 09: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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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원유를 인위적으로 높게 해 세계에 해악을 끼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OPEC을 비판하며 내놓은 말이다. 그의 말대로 OPEC은 1970년대 가격을 3배 정도 높이기 위해 원유 공급을 줄이는 데 합의하며 담합에 나선 ‘전과’가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절반의 진실에 가깝다. 세계의 원유 가격이 결정되는 데 있어 OPEC 외에도 미국, 러시아 등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BBC방송은 ‘누가 진짜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가’라는 분석 기사를 통해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여러 변수를 조망했다.

우선 방송은 OPEC이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40%를 책임지고 있는 만큼 공급 조절을 통해 이들이 적어도 원유 가격의 하락을 막을 수 있을 정도의 시장 영향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OPEC의 리더는 OPEC 회원국 전체 원유 생산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꼽힌다. 
다음으로 BBC가 세계 원유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지목한 건 러시아다. 러시아는 2016년 12월 하루에 120만 배럴의 원유 생산을 줄이자고 결정한 OPEC의 결정에 동참할 정도로 OPEC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러시아의 이 결정 뒤 브렌트유 가격은 50달러 선에서 꾸준히 올라 지난 10월 배럴 당 86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또 다른 요인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對)이란 제재가 미치는 영향이다. 현재 이란은 미국의 제재 재개로 원유 거래를 할 수 없지만 미국의 제재 면제 조처로 중국, 인도, 일본 등 주요 구매자들과는 여전히 거래 중이다. 이는 국제 원유 시장에 공급량을 유지시켜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이 됐다.

미국은 사우디, 러시아와 다른 방식으로 원유 시장에 개입한다. 원유 생산에 있어 국가의 입김이 큰 이들 국가와 달리 미국에선 원유 생산이 각 개별 기업의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 원유 기업들은 반독과점법에 따라 OPEC 국가들과 가격을 높이기 위해 담합을 할 수 없다.
셰일개스 생산 모습.
대신 10여년전부터 미국에서 본격 생산되고 있는 셰일가스가 원유 시장을 흔들어놓고 있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셰일가스 생산으로 미국은 자국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3분의 2를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에너지 주권을 확보했다. 특히 셰일가스는 원유보다 상대적으로 소규모 투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어 원유의 대체제로 꼽혔다. 2014년 중순부터 원유 가격이 하락한 요인 중 하나로 셰일가스가 지목되는 이유다.

BBC방송은 “OPEC이 여전히 (원유 가격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OPEC 결정으로 원유 가격이 결정되는 시기는 지났다”며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원유에 덜 의존하는 삶을 살게 된다면 OPEC의 영향력은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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