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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돈연금' 개편안 논란…6070 노후 2030이 책임지라고요?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입력 : 2018-12-17 05:00:00 수정 : 2018-12-16 15: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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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국민연금 개편 정부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 국민연금 개편안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결합해 100만원 안팎의 연금소득을 보장하는 게 핵심입니다. 모든 안은 기초연금을 2021년부터 30만원으로 올리는 것을 기초로 합니다.

다만 2안은 2021년에 30만원으로 올린 뒤 이듬해인 2022년에 40만원으로 한 번 더 올리게 되어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기금고갈 속도가 엇물리며 영향을 주는 구조입니다. 노후 보장성 강화를 위해 소득대체율을 높이려면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기금고갈 속도가 앞당겨지고 기금 안정성이 떨어집니다.

지속 가능성 유지를 위해 기금고갈 속도를 늦추려면 보험료율을 높이거나 소득대체율을 낮춰야 합니다.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심화하면서 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줄고, 연금을 받는 사람은 많아져 이런 역상관 관계는 과거보다 정도가 훨씬 커졌습니다.

정부가 이번에 다수 안을 내놓으면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과 관련한 여러 상반된 여론이 있어 통일된 안을 만들기 어려웠다는 점을 이유로 든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번 개편안은 국무회의를 거쳐 곧 국회로 넘어갑니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경제사회노동위에서도 논의됩니다. 국민연금은 각자의 다양한 입장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 의견을 충분히 듣고 가장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최종안을 도출해내야 한다며 보장성 강화와 재정 안정성 확보라는 대원칙 아래 필요하다면 20년간 묶여 있던 보험료 인상도 마냥 미뤄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노후소득보장 강화를 위한 4가지 국민연금 개편 정부안 가운데 '기초연금 강화방안'이 국민연금 가입 유인을 되레 떨어뜨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정부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등을 합쳐서 월 100만원 안팎의 연금소득을 보장함으로써 노인 1인 가구가 '최저 노후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은 4가지 국민연금 개편안을 내놓았습니다.

우선 1안은 2021년 기초연금을 30만원으로 올리고, 현행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0%와 보험료율 9%는 그대로 두는 '현행유지 방안'입니다.

2안은 1안과 마찬가지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0%와 보험료율 9%를 역시 그대로 유지하지만, 2022년 이후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인상해 월 101만7000원의 실질 급여를 보장하는 것으로 보장수준이 가장 높습니다. '기초연금 강화방안'이라 불리는 까닭입니다.

3안과 4안은 기초연금을 2021년 30만원으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5∼50%로 상향 조정하되, 패키지로 보험료율도 현행 9%에서 12∼13%로 3∼4%포인트 올리는 방안입니다. 이를 통해 월 91만9000원에서 97만1000원의 소득을 보장하는 '조금 더 내고 조금 더 받는' 방안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4가지 정부안 가운데 특히 '기초연금 강화방안'이라고 이름 붙은 2안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현재 기초연금은 세금을 재원으로 65세 이상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애초 월 20만원을 주다가 지난 9월부터 월 25만원으로 올려서 지급하고 있는데, 내년 4월부터는 소득하위 20% 노인에게 월 30만원을 줍니다. 오는 2020년부터는 월 30만원 지급 대상이 소득하위 40% 노인으로 확대됩니다.

이런 기초연금을 2022년 이후엔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월 40만원 지급하게 되면 '푼돈연금'이란 비아냥을 듣는 국민연금을 타기 위해 굳이 최소가입기간 120개월(10년)을 채워가며 장기간 국민연금에 가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불만이 나올 수 있습니다.

실제 국민연금공단의 '금액 규모별 급여수급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 전체 수급자(노령연금·장애연금·유족연금 포함)는 지난 5월 현재 기준 447만877명인데, 이들 수급자의 월평균 연금액은 고작 37만7895원에 불과했습니다.

◆'푼돈연금' 타려고 120개월 채워가며 국민연금 가입할까?

물론 앞으로 연금제도가 무르익으면서 전체 가입 기간이 계속 늘어나 평균연금액도 증가하겠지만, 현재 기준으로 볼 때 기초연금액이나 평균 국민연금액이나 큰 차이가 없어 국민연금 가입으로 얻는 혜택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현재 국민연금을 받으면 기초연금을 깎아서 주는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 감액 장치'가 그대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기초연금법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받는 노인의 기초연금액은 국민연금 수령액과 A급여액(국민연금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의 3년간 평균액)을 고려해 산정하는데, 대체로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의 150%(1.5배)의 국민연금을 받으면 기초연금이 깎입니다.

지난 9월부터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이 월 25만원으로 되면서 이 금액의 1.5배인 37만5000원 이상의 국민연금을 받으면 기초연금이 줄어드는데, 이런 연계장치로 기초연금이 깎이는 노인은 25만명 선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감액 제도를 폐지하는 등 개선하지 않은 채 기초연금만 40만원으로 올릴 경우 국민연금에 가입하려는 이들은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초연금을 40만원씩 지원하면 과연 저소득층이 국민연금에 가입할지 지켜봐야 한다. 일반인들이 보면 좋아하겠지만 허점이 있다"며 "40만원을 주면 중간 이하 계층은 가입을 안 할 수도 있다. 이걸 하위 20%, 30% 차등 지급하는 쪽으로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당국은 이번 개편안은 확정방안이 아니고, 사회적 논의를 통해 국민합의점을 찾겠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고령층 노후 위해 미래 청년세대에게 세금 더 내라 하는 것"

이번 국민연금 개편안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민연금의 재정안정성과 후세대 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방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윤 연구위원은 4가지 안 모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소득대체율을 40%로 해도 보험료율을 17% 올려야 후세대가 큰 무리 없이 국민연금을 운영할 수 있는데 보험료율을 12∼13%로만 올린다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국민연금을 그대로 두고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올리는 2안은 정치권이 생색내기 좋겠지만, 10년 뒤 연간 기초연금 소진액은 40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노인이 계속 늘어나니 예산이 눈덩이처럼 늘어날 텐데 당장 우리 좋자고 젊은세대 세금 많이 내라고 하는 꼴"이라고 힐난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초연금을 40만원씩 지원하면 과연 저소득층이 국민연금에 가입할 마음이 생길지도 고려해봐야 한다"며 "소득 하위 노인에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우창 카이스트 교수는 "기금 고갈 이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답이 없는 방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정부 추계에 따르면 1·2안의 기금 소진시점은 2057년으로 기존 전망과 같고, 3안은 2063년, 4안은 2062년으로 5∼6년 늘어나는 데 그칩니다.

다만 보험료 인상방안이 마련된 데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김 교수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사람들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인지하고 있는데 유야무야 미뤄져 왔다"며 "정부로서는 부담일 텐데, 실질적인 노후보장에 기여할 수 있는 인상방안이 나온 것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민연금 재정 문제는 기금운용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지금까지 기금본부가 믿을 수 없는 좋은 성과를 냈는데 위험자산 비중을 늘리는데 대해 사회적인 합의가 있다면 수익률이 올라갈 수 있고, 기금 고갈이 획기적으로 연장되는 효과도 가능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당국은 국민 여론을 수렴해 현행 유지 방안을 포함했다고 하지만, 2020년 총선거와 2022년 대통령 선거 등 정치일정을 고려한 것이란 지적도 나왔습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노후소득보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은 보이지만, 재정안정화를 위해 고민한 흔적은 거의 내지 전혀 안 보인다"며 "정부가 현재 국민들의 눈치만 봤지 기금 소진 등을 고려했을 때 미래 세대의 부담이나 연금 기금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선 노력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종합운영계획안에서 재정 목표가 사라진 데 대해 당국은 "재정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제도 개선 방안을 만들 때 하나의 중요한 틀은 될 수 있다"면서도 "70년 뒤 재정이 어느 정도 된다는 목표를 중심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너무 비현실적인 것 아니냐는 이의가 제기된다. 재정추계위원회나 제도자문위원회에선 70년 뒤 재정 안정을 염두에 뒀지만 이번 제도 설계에 바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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