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나라에서는 준마(駿馬)가 “고상하고 용맹한 귀족의 정신과 세상의 물질적 번영을 상징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충직한 신하와 그를 알아보는 통치자를 표상한 ‘목마도’(牧馬圖)도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 ‘대고려전’에 출품된 ‘육마도권’(六馬圖卷)은 이런 전통이 원나라 대에 부활해 크게 유행했음을 보여준다. 고려 공민왕의 작품이라고 전하는 ‘엽기도’(獵騎圖)에서 말은 박진감 넘치는 사냥 장면을 표현하는 소재가 되어 고려 후기 감상화의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서양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보물’에는 말을 소재로 한 다양한 전시품을 감상할 수 있다. 품종 관리, 마구간, 사냥 등 말과 인간의 주요한 접점을 시각화하고, ‘마주’(馬主)로서의 지위를 과시한 작품들이다. 특별히 아끼는 말은 초상화까지 그려 흘러넘치는 애정과 자부심을 표현했다.
지금까지도 자신들의 영토를 통치하는 몇 안되는 유럽의 왕실 가문인 리히텐슈타인 가문에서 말사육은 회화에 비견할 만한 예술이었다. 리히텐슈타인식 말사육의 전성기를 연 카를 에우제비우스 1세(1611∼1684)는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최상의 말을 사육하는 것으로 이름이 드높다”고 자신할 정도였다. 실제 리히텐슈타인의 말은 귀한 품종과 아름다움으로 명성이 높아 고귀한 혈통을 상징했고, 1660년 프랑스 왕 루이 14세의 혼인 선물로 전해지기도 했다.
입구에서 바라본 페츠베르크(발티체)의 승마학교 |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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