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안으로 현행 국민연금 제도를 그대로 두는 방안, 2안으로 기초연금을 월 40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 3안으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현행 40% 수준에서 45%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 4안으로 50%로 올리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 가운데 3안은 연금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까지 단계적으로 높이고, 4안은 13%까지 높이도록 하고 있지만 이는 연금급여율 인상에 상응하는 몫으로 올리는 것이지 2057년 기금고갈에 대한 대책은 아니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금융경영학 |
정부안에 대한 여론은 비교적 차가운 편이다. 무엇보다 단일안이 아닌 무려 네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상당수의 국민은 연금보험료 인상에 회의적이다. 연금보험료를 인상하면 가계와 기업에 부담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지난 국민연금 제4차 재정 재계산 결과, 국민연금 제도를 현행대로 유지할 경우 적립기금이 2057년쯤 고갈되는 문제를 방치할 수는 없다.
물론 적립기금이 없다 하더라도 매년 노년세대에게 지급할 연금액을 그 당시의 근로세대 보험료로 부담시키는 방법이 있다. 대부분의 서구 연금 선진국도 그렇게 하고 있어 우리도 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점이 있다. 평균수명은 영국, 스웨덴, 프랑스 등과 유사하지만 우리나라 출산율은 1.0 수준에 불과해 2060년쯤이면 노인인구 비율이 40%를 넘어서게 된다. 반면 이들 국가의 노인인구 비율 전망은 30% 내외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적립기금이 고갈되면 보험료가 현재 9%에서 26.8%로 세 배 수준으로 인상돼야 한다. 3안과 4안이 시행되면 그 부담이 30% 내외로 높아져 미래세대가 부담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다.
이에 가능한 적립기금을 유지해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현세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이번 안에는 미래세대의 부담을 고민한 흔적이 없다. 현행 국민연금 급여수준에 상응한 연금보험료율은 16%이다. 즉 본인이 부담한 금액의 1.8배를 받도록 돼 있는 저부담 고급여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적립기금 고갈을 막을 수 없다. 그럼에도 정부안은 연금급여율을 오히려 인상해 불균형구조를 악화시켰다. 노후가 불안한 국민에게는 솔깃한 대안일 수 있지만 급여율을 인상한 만큼 미래세대의 부담이 커진다는 점에서 신중함이 요구된다.
기초연금을 인상하는 안도 미래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 현 정부 들어 월 20만원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25만원으로 인상했고 2019년부터는 하위 20% 노인에게 30만원으로 인상하며 2021년에는 70% 노인으로 확대된다. 노인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기에 재정부담이 늘 수밖에 없는 것도 문제이지만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인상하면 부부 감액을 고려하더라도 64만원이 되기에 월 200만원 소득자가 30년 보험료를 납입해야 받을 수 있는 연금액 60만원을 초과해 국민연금의 가입 유인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기초연금을 인상하려면 현행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구조개편을 함께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시급한 것은 현행 국민연금의 수급부담 구조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지 당장 연금급여율을 높이는 것이 아니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노후소득보장 강화 약속은 파탄날 수밖에 없다. 연금보험료 인상의 불가피성과 평균수명의 연장에 상응한 수급개시연령 상향조정의 필요성을 솔직하게 국민에게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
연금개혁을 반가워할 국민이 많지 않음에도 선진 외국 지도자 대부분은 정권의 지지율 하락을 감수하면서 개혁을 추진했다.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에서 국민연금 개혁을, 박근혜정부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단행할 수 있었던 것은 현세대의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세대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금융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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