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총리는 이날 오후 하원에 출석해 지난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논의된 브렉시트 협상 상황을 설명하며 “합의안에 대한 토론을 내년 1월7일부터 시작하는 주에 실시하고, 그 다음주에 투표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국이 EU를 떠나기까지 14주가 남았다”며 “많은 의원들이 조만간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걱정하는 것을 알고 있으며, 국가를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를 잘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승인투표가 부결될 경우를 우려해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17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맨 오른쪽)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 승인투표 연기를 발표한 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맨 왼쪽)의 ‘총리 불신임안 상정 방침’ 입장 표명을 지켜보고 있다. 런던=AFP연합뉴스 |
영국이 올해 제정한 EU 탈퇴법에 따르면 정부는 비준 이전에 EU와의 협상 결과에 대해 하원 승인투표를 거쳐야 한다. 당초 영국 정부는 지난 11일 승인투표를 실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부결 가능성이 커지자 투표 연기를 결정했다. 그러면서 EU 탈퇴법 규정에 근거해 내년 1월21일 이전까지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EU 잔류를 주장하는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연기 선언에 반발, 메이 총리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코빈 대표는 이날 저녁 “나라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이슈에 하원이 승인투표를 하기 전 1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부적절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코빈 대표는 빨리 승인투표를 실시한 뒤 부결될 경우 현실적인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코빈 대표가 요구한 불신임안은 내각이 아닌 총리 개인의 지도력에 대한 것으로 의회법상 구속력이 없어 표결에서 메이 총리가 패하더라도 사임할 의무는 없다. 2011년 마련된 고정임기의회법(Fixed-Term Parliaments Act)에 따라 총리 개인이 아닌 내각을 대상으로 명시한 불신임안이 제출된 경우에만 결과에 따라 내각이 사퇴하게 된다. 메이 총리 측은 구속력이 없는 야당의 불신임안 제출을 정치적 쇼로 일축한 뒤, 한 발 더 나아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 불신임안을 정식 제출하라며 맞섰다. 메이 총리가 지난 12일 열린 보수당 당 대표 신임투표에서 승리했다는 자신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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