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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문 열어봤자 손해"… '편의점=24시간' 공식 깨지나 [뉴스+]

입력 : 2019-01-01 18:47:28 수정 : 2019-01-01 18: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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껑충 뛴 최저임금 ‘후폭풍’ 예고 / 야간수당 더하면 ‘시급 1만원대’ / 매출 그대로인데 인건비만 올라 / CU 등 심야영업 포기 점포 속출 / 편의점주 62% “중단 의향 있다”/ 이마트24는 74%가 밤엔 문닫아 / 커피숍·패스트푸드 업계도 고심 경기도 수원의 한 주택가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47)씨는 최근 24시간 영업을 포기하고 자정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가게 문을 닫기로 했다. 24시간 영업이 곧 상징인 편의점이기에 이를 선택하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는 “2019년부터 최저임금이 더 오를 텐데 심야 알바는 잘 구해지지 않아 야간수당까지 줘가며 고용해야 해 사실상 시간당 1만원이 넘는다”며 “그런데 주택가 특성상 새벽시간대 매출이 크지 않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가며 그 시간에 가게문을 여는 게 오히려 손해”라고 말했다. 

그는 “심야영업을 중단하면 본사와 수익배분율도 더 떨어지고, 전기세 지원도 줄어들지만 결국 문을 닫고 지원을 덜 받는 게 이득이라는 계산에 심야영업을 포기하기로 했다”며 씁쓸해했다.

한국은 ‘호모 나이트쿠스’(나이트(night)에 인간을 뜻하는 접미사 cus를 붙인 신조어. 심야형·밤샘형 인간을 뜻함)들의 천국이다. 편의점과 카페를 비롯해 패스트푸드점, 전화 한 통에 푸짐한 한상을 가져다주는 야식집, 새벽에도 불야성을 이루는 쇼핑몰과 찜질방까지…. 특히 2000년대 들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24시간 편의점은 소비패턴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그러나 ‘편의점=24시간’이라는 공식이 깨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최저임금이 7530원, 올해는 8350원으로 급격히 오르면서 편의점주들이 가파르게 치솟는 인건비를 견디지 못하게 된 것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호모 나이트쿠스 시대’에 종말을 고한 셈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이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편의점 업계 순위 1위인 CU의 지난해 24시간 미운영 점포비중은 19%로 2017년보다 3%, 2016년에 비하면 9% 증가했다. 업계 1위인 CU와 2위인 GS25를 합쳐도 심야시간대에 영업을 하지 않는 매장은 400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야영업을 자율적으로 택하게 하는 이마트24로 전환하는 비율이 커지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상반기 타사 편의점이 이마트24로 전환한 비율은 단 5.5%였지만, 지난해 8월엔 14.7%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마트24의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는 점포 비율은 2016년 65.4%, 2017년 68.2%, 2018년 상반기엔 74%까지 늘었다.

서울 관악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43)씨는 “지난해 최저임금이 오른 이후 매출은 거의 변동 없는 상황에서 수익만 70만원 정도 떨어졌다. 올해도 10% 이상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50만원 정도 더 떨어질 것 같다”면서 “심야시간은 매출은 주간 대비 절반 수준인 반면 인건비는 1.5배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주택가나 사무실 밀집지역에 위치한 편의점들은 심야영업을 해봤자 손해”라고 말했다. 이씨 역시 지난해 11월부터 심야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배달료도 줄인상 1일 서울의 한 배달대행업체 앞에 오토바이들이 세워져 있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비용부담이 늘면서 음식점들은 배달 아르바이트생은 줄이고 대행업체 이용을 늘리고 있다. 이들 대행업체도 비용 상승을 이유로 배달료를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관련 규제의 변화도 이런 현상을 가속화했다. 과거엔 직전 6개월간 자정부터 오전 6시의 매출 대비 이익률을 점검해 심야영업 중단을 신청할 수 있었지만, 가맹사업법 통과로 그 기간이 3개월로 줄었다. 서울시가 지난해 실시한 ‘편의점주 근무환경 실태조사’에서도 심야영업을 하는 편의점주 중 62%는 앞으로 심야영업을 중단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 업계 상황도 비슷하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탐앤탐스에 따르면 24시간 영업점은 지난해 12월 기준 94개로, 2017년(100개)에 비해 다소 줄어들었다. 롯데리아도 24시간 영업점포 수가 지난해 12월 기준 134개로 2017년(172개)에 비해 확 줄어들었고, 버거킹도 지난해 12월 기준 19개로 2017년(35개)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울 강남구에서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점주 박모(38)씨는 “심야영업의 주고객이 회식하고 단체로 오던 직장인인데, 회식문화의 변화 등으로 손님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안 그래도 심야시간 아르바이트 인건비가 비싼데 최저임금 인상폭이 커서 더 부담이 커진 상황에 24시간 운영을 계속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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