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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 하루’ 구경하러 확 바뀐 국립민속박물관 나들이 가볼까

입력 : 2019-01-09 03:00:00 수정 : 2019-01-08 21: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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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설전시 1관 전면 개편 / ‘한국인의 하루’ 주제로 새롭게 꾸며 / 양반·상민 등 다양한 계층 일상 소개 / 생활 모습 시간대별로 세세히 표현 / 계절따라 맞춤형 도구 전시 계획도 / 겨울 별자리·꿈 해몽·얼음낚시 등 / 과학과 연결시킨 장치물도 돋보여 “상설전시관은 박물관의 성격, 즉 무엇을 중심으로 하는 박물관인지를 보여주는 곳이라고 할까요. 사람으로 치면 얼굴이자 몸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 김창호 학예연구사의 설명대로라면, 이 박물관이 지난해 말 1년여의 작업을 거쳐 2007년 이후 유지되어 온 상설전시관 1관을 바꾸고, 재개관한 것은 큰 수술을 무사히 끝낸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상설전시관이 관람객들에게 보여주는 주제,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공간 구현의 방식, 전시 유물의 선정 등은 박물관의 정체성과 관련이 있는 만큼 구체적인 개편 작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상설전시관 개편이 가지는 이런 의미는 어디라도 마찬가지다. 이 박물관의 고민과 변화의 내용 등을 들여다보는 것은 관람객들이 모든 박물관을 이해하고, 보다 충실하게 즐길 수 있는 한 방식이 될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1년여의 작업 끝에 재개관한 상설전시관 1관은 ‘한국인의 하루’를 주제로 일상의 배경이 된 전통마을을 구현하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전시관 주제를 정하는 것이 먼저다. 개편 전 1관의 주제는 ‘한민족 생활사’였다. “5000년에 걸친 한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우수한 문화를 일목요연하게 전시”하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좁은 공간에 긴 시간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바뀐 주제는 ‘한국인의 하루’로 다양한 계층의 일상을 담아내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박물관은 주제를 이렇게 정한 것은 ‘한국인의 일상’을 다룬 상설전시 2관, ‘한국인의 일생’을 다룬 3관과의 균형, 보완에도 신경을 쓴 결과이기도 하다. 김 연구사는 “2관이 1년, 3관이 60년 정도를 주기로 한 민속을 다루기 때문에 1관은 하루로, 단위 설정해 보다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관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아침에 일어나 정갈하게 의관을 갖추고, 사랑방에 앉아 있는 선비들과 이 같은 일상에 관련된 유물들이다. 정약용이 자식들을 가르치기 위해 군자의 자기수양 자세를 정리한 ‘하피첩’(보물 1683-2호), 선비의 의관정제 도구 등을 감상할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상설전시관 1관에 하늘의 별자리를 보여주는 코너가 마련돼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주제가 정해지면 그것을 가장 적절하게 전달할 수 있는 형식을 고민해야 한다. 박물관은 사람들의 생활 터전인 전통마을을 전시관에 구현했다. 입구에 배치된 양반가를 지나면 농부의 가옥, 공방, 창고, 우물가, 개천 등이 입체적으로 이어진다.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들의 활동 배경이 되는 공간을 만들고, 그에 걸맞은 유물 300여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시관의 형식, 유물 구성은 계절에 따라 약간의 변화가 생긴다. 개편된 1관의 주요한 특징이라는 게 박물관의 설명이다. 지금은 겨울에 맞는 형식, 유물이 도드라진다. 얼어있는 개천과 언덕에서 연날리기를 하는 아이들을 표현했고, 부엌에는 겨울음식을 늘어놓았다. 전시품들도 겨울과 관련된 것들을 관람객들의 눈에 잘 들어오도록 전면에 두었다. 사시사철에 따라 이런 것들에 변화를 주겠다는 것이 박물관의 계획이다. “관람객들이 살고 있는 바로 그 시점에 조상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꾸미는 것”을 의도한 것이다.

상설관 개편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해당 박물관의 장기가 그것에 어떤 식으로 드러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일 듯하다. 개편된 1관에서는 첨단의 전시방법들을 여러 개 찾아볼 수 있다. 전시품 상당수가 민속품이기 때문에 자칫 떨어질 수 있는 관람객들의 주목도를 높이고, 메시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을 고민한 결과다. 박물관은 그간에도 이런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전시를 선보여왔다. 겨울의 개천과 얼음낚시를 맵핑으로 표현한 것이나 부엌의 식기를 영상과 결합해 음식이 차려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전통시대 일상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양반들의 의관정제도구.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이 중에 겨울 별자리를 보여주고, 꿈 해몽을 소개한 코너는 꽤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전시관 벽면에 꿈의 주요 장면을 보여주는 그림을 설치하고, 특정 장면을 터치하면 ‘주공해몽서’에 나오는 해석을 알려준다. 가령 달 그림을 만지면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등 근심거리가 생긴다’는 해석이, 물고기 떼를 만지면 ‘재물을 얻는다’는 해석이 나온다.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를 활용한 별자리 소개는 눈이 즐겁다. 키오스크에 있는 별자리를 선택하면 전시관 천장에 구현된 천상열차분야지도에 해당 별자리가 밝게 표시된다. 천문이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라서 쉽게 풀어 제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한다.

1관 개편을 이끈 박물관 기량 전시운영과장은 “사대부 양반을 중심으로 전시가 구성되어 있다는 비판들이 그간에 있어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꾸렸던 일상생활을 보여주려 노력했다”며 “관람객들이 전시물을 감상하는 것 뿐만 아니라 약간의 체험을 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고 밝혔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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