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오른 최저임금의 여파로 ‘내 아이를 기르기 위한’ 영유아 보육비가 줄줄이 오르고 있다.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에 따른 임금인상이 사회초년생들인 신혼부부에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정책의 미시적 여파를 고려하지 않은 급진적 실험을 시도하면서 경제적으로 취약한 2030세대를 타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정부가 인증하는 돌보미가 집으로 찾아가 아동을 돌봐주는 ‘아이돌봄 서비스’는 올해부터 시간당 이용료가 9650원으로 인상됐다. 지난해 7800원보다 24%가 오른 것으로, 속도조절론이 나온 최저임금 인상폭의 2배 수준이다. 정부는 3인가구 기준 중위소득 75% 이하의 가구(가형)에는 최대 85%를 지원하고, 3인가구 기준 중위소득 150% 이하 가구(다형)에도 15%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은 연간 최대 720시간까지만 해당되는 것으로, 이외의 시간은 가구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특히 15%를 지원받는 ‘다형’ 가구와 지원이 없는 ‘라형’ 가구의 경우 지난해보다 인상된 가격을 부담해야 한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올해부터 오른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을 반영하면서 가격이 올랐다”며 “돌보미의 처우개선을 위한 가격 인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 15시간 미만을 이용하는 경우에도 주휴수당이 포함된 이용료를 부담하는 구조여서 이용시간이 짧으면 정부 지원사업이 오히려 민간 베이비시터보다 비싸다.
정부가 지난해 진행한 ‘저출산·고령사회 관련 국민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80.3%는 ‘현재 자녀 출산·양육을 위한 여건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주된 이유로는 ‘높은 주택 가격과 안정적인 주거 부족’(38.3%), ‘믿고 안심할 만한 보육시설 부족’(18.7%) 등 가계 부담과 관련된 항목이 많았다. 그러나 정부정책은 오히려 보육비를 대폭 올려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의 육아 부담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저출산과 관련한 정부 예산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제각기 지출되는 경향이 있는데, 효율적인 지출을 통해 가계 부담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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