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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후 청년실업률↑…어렸을 때부터 '실업 공포'?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19-01-17 05:00:00 수정 : 2019-01-17 07:4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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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바닥을 친 고용률이 지금까지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왔지만, 유독 20대 연령층만 아직도 금융위기 당시 고용률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20대 청년층 고용 부진은 장기 빈곤계층으로 이어질 수 있어 국가적 복지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산업연구원은 최근 '최근 연령대별 인구의 변동과 산업별 고용 변화' 보고서에서 10년새 50대와 60세 이상 연령대의 고용률이 가장 빠르게 상승하고, 그 다음으로 30대와 40대가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온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20대 연령층의 고용률만 하락세를 보였다"며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청년고용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고용률은 취업자 수를 생산가능인구로 나눈 값으로, 20대 청년층의 월평균 고용률은 지난해 1∼10월까지 57.8%로 2009년 고용률 수준보다 0.6%포인트 밑돌았습니다.

고등교육기관 진학률이 2010년을 정점으로 완만하게 내리막인 점을 감안하면, 대학원 등에 진학하느라 청년고용률이 오르지 않은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20대 생산가능인구는 695만2000명으로, 저점을 찍은 2013년보다 26만5000여명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에코 세대의 청년층 진입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주요 산업별 20대 취업자수 변화를 보면 제조업의 경우 2015년에서 2018년 사이 2만6000명 감소하면서 연평균 1.4% 떨어진데 반해, 같은 기간 건설업은 3만6000명 증가로 연평균 10.6% 올랐습니다.

20대 건설업 취업자 수 증가는 제조업에서 조선업 구조조정과 자동차산업 부진, 서비스업에서 수요침체에 따른 반사이익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그러나 최근 건설업 신규투자 저조로 이런 추세마저 지속되기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보고서는 "청년층 고용부진은 전반적으로 우리 경제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 떨어지고, 인구학적으로도 에코세대가 20대에 진입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된 것"이라며 "에코세대가 대학을 졸업하고 노동시장에 본격 진입하는 향후 몇 년까지가 청년고용의 중대 고비"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노동시장에 대한 적절한 정부 대책 부족으로 청년 시기 학교에서 노동시장 진입에 실패할 경우 장기적인 빈곤층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는 개인적인 불행일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경제성장의 저하, 복지 부담의 가중이라는 점에서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20대 고용률만 유독 하락세…왜?

20대와 달리 30대는 상대적으로 좋은 고용률을 보이지만, 취업자 증가에 따른 것이라기 보다는 생산인구 감소 영향이 컸다는 분석입니다.

2015년에서 2018년 사이 30대 취업자 수는 제조업의 경우 연평균 2.8% 감소해 최근 제조업 불황과 구조조정 여파가 30대에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40대는 소폭 상승 추세지만 취업자 수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서비스업의 최근 고용 부진이 두드러졌습니다.

작년 10월까지 자료 기준으로 서비스업 종사자 수는 전년대비 10만1000명 감소해 40대 고용감소 11만1000명의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서비스 세부 업종별로는 도소매업이 전년대비 6만6000명, 교육서비스업이 2만7000명, 운수 및 창고업이 2만4000명 각각 감소했는데요.

50대는 2015년에서 2018년 사이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 등 세 산업 모두에서 같은 기간 인구증가율 1.2%를 웃도는 취업자 수 증가가 나타났습니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3.5%의 높은 성장을 이뤘는데요.

60대 이상은 베이비붐 세대 진입으로 고령층 인구가 증가하고 건강상태가 개선되면서 제조업과 건설업의 경우 인구 증가율을 추월할 정도로 빠른 취업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60대 전반기 고용률은 60%에 육박, 20대 고용률(57.8%)보다 1.6%포인트 높았는데요.

산업연구원은 "20대 에코세대로 인한 생산가능 인구의 증가라는 새로운 변화와 경제의 허리인 40대 서비스 업종에서의 취업자 수 감소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제조업 경쟁력 회복과 고부가가치 서비스 시장 육성을 통한 서비스업 부문의 고용역량 강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日 청년실업률 낮아진 '진짜 이유'

극심한 청년실업 문제에 빠졌던 일본의 청년실업률이 최근 하락한 반면, 한국에서는 상승세를 그리며 역주행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경제성장률 둔화, 고령화율 상승, 임금근로자 축소 등 구조적 요인이 얽혀있는 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등 노동시장 양극화로 청년실업 문제가 악화됐다는 분석입니다.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청년실업률을 낮춘 일본처럼 우리나라 고용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BOK경제연구에 실린 '한국과 일본의 청년실업 비교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청년실업률은 2000년 6.2%에서 2017년 4.1%로 떨어진 반면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6.0%에서 9.5%로 상승했습니다. 2015년 일본의 청년실업률을 역전한 뒤 2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올라간 것인데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30개국의 청년실업률도 2010년 10.6%까지 치솟았다가 2017년 기준 7.6%로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청년실업률 상승세는 더욱 뚜렷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의 청년실업률이 높아진 데에는 구조적 요인이 큰 탓으로 분석됩니다. 경제성장률 자체가 떨어지고 고령화 진전, 파트타임 근로자 비중 상승, 낮은 임금근로자 비중 등이 청년실업률을 밀어 올렸다고 보고서는 설명했습니다.

일본에 비해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 점도 청년실업률 상승을 부추기는 것으로 분석됐는데요. 보고서에 따르면 50인 미만 중소기업의 평균임금은 238만원으로, 300인 이상 대기업 임금 수준(432만원)의 약 55%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청년실업률이 나아지지 않는 요인으로 한국 고용정책의 문제점도 언급됐는데요. 보고서는 1990년대 말부터 지속된 일본의 고용정책이 청년실업을 낮추는데 일조한 점을 주목했습니다.

일본의 경우 '프리터(Freeter·프리랜서와 아르바이트 합성어)'나 청년 무직자인 '니트(NEET)'족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용정보·직업훈련 서비스를 지속 제공하고, 공공직업소개소 운영 등을 통해 구인·구직 시장을 원활히 작동시켰다는 설명입니다.

보고서는 "일본의 청년 고용대책은 공공직업소개소를 중심으로 추진주체가 일원화됐다"며 "저출산·고령화로 노동력이 줄어들 것에 대비해 청년 비경제활동 인구를 경제활동 인구로 전환하는 노력을 일관되게 추진한 특징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일본에 견줘 미흡하지 않은 정책을 내놓고도 인지도 부족, 추진 주체의 중복·혼선, 평가시스템 미흡 등으로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고용정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보고서는 "기존 정책의 체계적 관리와 정보 공개 등을 통해 청년 고용정책 효과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청년 실업이 보다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요인에 기인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미스매칭(상호불일치)' 문제 해결 등이 유효한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회초년기 미취업, 업무경험 통한 노하우 축적 無…미래 고용·임금 부정적 영향

청년실업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 취업 지원을 확대하고, 정규직 보호제도 중 청년취업을 제약하는 부분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한은 BOK경제연구 '청년실업의 이력현상 분석'을 보면, 정규직 고용보호를 위한 법제가 엄격하거나 노동정책 지출이 적은 국가에서 청년실업이 이후 중장년기에도 실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OECD 주요 21개국에서 한국은 고용보호법제화지수(2.668점)가 상위 6위인데요. 이는 1985년∼2013년 평균값입니다.

고용법제화지수를 토대로 분석하면 청년기(20∼29세) 실업률이 1%포인트 상승한 경우 연령대별 실업률이 30∼34세는 0.086%포인트, 35∼39세는 0.012%포인트, 40∼44세는 0.003%포인트 높아집니다.

청년실업자가 1000명 증가한 경우 이들이 해당 연령대에 이르렀을 때 86명, 12명, 3명이 각각 여전히 실업상태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사회 초년기 취업을 하지 못하면 업무 경험을 통한 인적자본 축적이 안돼 이후에도 고용과 임금에서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용법제화지수가 가장 낮은 미국(0.257점)은 영향이 거의 없었는데요.

OECD 고용법제화지수에 들어가는 21개 기초항목에 해고 예고기간, 수습 근무기간, 근속연수별 해고통지 공지기간 등이 있습니다. OECD 평균은 2.11점입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노동정책지출 비율은 한국이 0.231%로, OECD 주요국 중 꼴찌에 가깝습니다. 미국(0.173%)이 가장 낮았습니다.

보고서는 "청년실업 후유증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직무 및 직업교육, 취업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고용 유연성을 확대하자는 등의 큰 담화를 꺼내기 보다는 고용보호법제안에 청년고용을 막는 요소가 있는지 세부적으로 살펴보고 청년 친화적 방향으로 운영하는 것이 실효성 있고 바람직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이번 연구는 남성 청년만 대상으로 했는데요. 여성은 출산·육아 등으로 비경제활동층으로 이탈하는 경우가 있어 함께 비교하기가 어렵다는 지적 때문이었습니다.

◆고용난 장기화…청년층 미래 소득 불확실성 高高

재학기간에 빌린 학자금을 일자리를 구하고 난 뒤 갚아나가는 '취업 후 학자금' 미상환율이 2017년 처음으로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장기화하는 고용난으로 청년층 미래 소득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이라는 분석입니다.

국세청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2017년 취업 후 학자금 의무 상환대상 1793억9000만원 중 8.1%인 145억3000만원은 상환되지 못했습니다.

2017년 미상환율은 전년(7.3%)대비 0.8%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미상환율이 오른 것은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2년 후 처음인데요.

취업 후 학자금은 일반 국가장학금과 달리 취업을 한 뒤 소득이 일정 기준 이상이면 소득 일부를 의무적으로 상환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근로·종합·양도소득 의무 상환 비율은 기준 소득 초과분의 20% 수준인데요.

취업 후 학자금 상환대상 금액은 2012년 68억원에서 2016년 1247억원으로 급증했지만, 미상환율은 같은 기간 17.8%에서 7.3%로 급락했습니다.

하지만 2017년 상환대상금액보다 미상환금액이 더 빠르게 늘면서 미상환율은 2014년(13.0%) 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는데요.

이는 수년간 회복되지 못하는 고용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고용난으로 불안정한 일자리에 취업한 청년층이 늘면서 당장 소득이 있어도 학자금 상환에도 소극적인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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