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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에 위안부 고초 겪은 김복동 할머니…“일본은 사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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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29 06:00:00 수정 : 2019-01-29 00:4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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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4세 소녀는 일본의 강요와 회유, 협박에 억지로 고향을 떠나야 했다. “군복 만드는 공장으로 가야 한다”, “딸을 내놓지 않으면 동네에서 살지 못하게 하겠다”는 말이 그를 사지로 내몰았다.

28일 향년 93세로 숨을 거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는 꽃다운 10대를 극심한 고통 속에 보냈다. 그러나 김 할머니는 자신이 겪은 역사적 아픔을 딛고, 정의 구현과 나눔을 실천하는 인권평화 운동가로 삶을 마감했다.

◆극심한 고초 뒤 반세기… 92년 위안부 증언

김 할머니는 1925년 경남 양산에서 태어났다. 딸만 여섯인 집의 넷째였다. 만 14세에 영문도 모르고 타국으로 끌려간 김 할머니는 7년 가까이 중국 광동, 홍콩,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와 자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지에서 극심한 고초를 겪었다.

1947년 조국으로 돌아왔지만 치유와 위로는 바랄 수도 없었다. 가해자 일본에 대한 사죄 요구도 꿈꿀 수 없었다. 침묵과 인고의 세월이 이어졌다. 1992년에야 피해자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김 할머니는 이후 여성인권·평화 운동에 앞장 섰다. 후학을 위한 기부에도 아낌없이 나섰다.

김 할머니는 1992년 3월 자신이 위안부 피해자임을 공개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같은 해 8월 국제사회에서 피해사실을 증언했다. 1993년에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세계인권대회에 참석해 위안부 피해 사실을 알렸다. 참혹한 전쟁 피해를 온몸으로 생생하게 겪은 당사자였던 터라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다른 재난 피해자들에 대한 공감도 적극 표시했다.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 대지진 당시 피해자들을 돕는 모금활동에 참여했고, 2012년 3월에는 정의기억연대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함께 전시 성폭력 피해자를 돕는 ‘나비기금’을 설립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는 유엔인권이사회와 미국, 영국, 독일, 노르웨이, 일본 등 각국으로 해외 캠페인을 다니며 전시 성폭력 반대운동에 참여했다.

2015년 5월 국경없는기자회는 김 할머니를 ‘자유를 위해 싸우는 세계 100인의 영웅’에 선정했다.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생전 모습. 연합뉴스

◆“아베는 사죄하라”… 인권평화 운동가로 눈 감아

김 할머니는 기부를 통해 자신이 가진 것을 아낌 없이 나누기도 했다. 2015년 6월에는 전쟁·무력분쟁지역 아이들 장학금으로 5000만원을 기부했다. 2017년 7월 재일 조선 고등학교 학생 2명에게 ‘김복동장학금’을 전달하고, 2017년 8월에는 사후 남은 모든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약정을 맺었다.

2017년 11월에는 포항지진 피해자를 돕기 위해 1000만원을 후원하고, 여성인권상금 5000만원을 기부해 무력분쟁지역 성폭력 피해자 지원 및 활동을 위한 ‘김복동 평화상’을 제정했다.

지난해에도 재일조선학교 지원을 위해 5000만원을 기부하고, 올해 1월에는 ‘바른 의인상’ 상금 500만원을 재일조선학교에 후원했다.

정의연은 “김 할머니는 수많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징이었다”면서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제대로 된 배상을 요구해온 인권 평화 활동가였다”고 설명했다.

김 할머니는 건강이 허락하는 순간까지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에 늘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9월 암 투병 중에도 서울 종로구 외교통상부 청사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을 위해 1인 시위를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수요집회를 통해 “아베는 사죄하고 배상하라”고 준엄하게 꾸짖었다.

김 할머니의 별세로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는 23명으로 줄었다. 앞서 이날 오전에도 위안부 피해자 이모 할머니가 별세했다.

정의연은 “김 할머니의 빈소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다”며 “조문은 1월 29일 오전 11시부터 가능하다. 2월 1일 발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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