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 관계는 과거에 없었을 정도로 진전해 (1902년 체결한) 영·일 동맹 이래의 친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베 총리의 영국 방문은 아주 중요한 시기에 이뤄졌다. 우리(영·일) 시야가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는 지금, 일본과의 관계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아베 총리의 영국 방문은 아주 중요한 시기에 이뤄졌다. 우리(영·일) 시야가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는 지금, 일본과의 관계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영국 총리 관저에서 정상회담에 이어 공동기자회견을 했다. |
메이 총리와 아베 총리는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해양 안보협력 강화, 미국 이외의 지역인 일본에서의 첫 육군 연합훈련 실시, 북한에 대한 감시협력 강화 등 양국 간 군사·안보 분야에서의 굵직굵직한 성과를 평가했다. 특히 해양안보 분야에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을 강조하면서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現狀) 변경 시도에 강력히 반대하고, 법의 지배에 기초한 국제질서 유지를 위해 긴밀히 연대한다”고 남·동중국해에서의 중국 견제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일본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립주의 경향이 보여주듯이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관여 축소에 대비한다는 측면이 있다. 이런 차원에서 미·영뿐만 아니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도 준동맹 수준으로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종의 우군(友軍) 넓히기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과거 뿌리를 같이하는 앵글로색슨계 국가로 모두 동맹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5개국은 파이브 아이스(Five Eyes)라는 이름으로 에셜론이라는 통신 감청망을 사용해 전 세계에서 얻은 정보를 공유하는 특급 동맹관계다. 미국은 아태 지역에서 장차 특급 동맹국들과 안보를 분담할 태세다. 최근 주요 동맹인 한국이나 일본과 연합훈련을 할 경우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군의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유엔군사령부 부사령관에 처음으로 캐나다군 장성을 임명한 것도 이런 전략의 하나일 수 있다. 영·일 군사·안보관계 강화는 미국의 이런 전략에 부응한다는 측면도 있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는 영·일 관계 강화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정권 출범 후 일본이 미국의 정책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어 일종의 ‘대책’”이라며 “섬나라로서 세계를 제패했던 영국에 대한 일본의 선망이 영·일 관계를 강화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영일동맹 기본엽서 |
영국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정치·경제에서의 활로를 아태 지역에서 찾고 있는 점도 영·일 관계 강화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영국은 홍콩을 정리하고 떠난 지 20여년 만에 아시아 복귀 전략을 추진 중이다. 영국이 이 지역에서 영향력 재확대를 위해서는 대서양∼지중해∼수에즈운하∼인도양∼남중국해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에서 전략 거점 마련이 필요하다. 군사적 측면에서 과거 식민지이자 현재 영연방(The Commonwealth of Nations) 일원인 싱가포르나 브루나이에 군사기지를 새로 설치하는 방안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이런 연장선에 있다. 영국은 지난해 4월에는 1971년 이래 처음으로 지중해와 홍해, 인도양을 연결하는 수에즈운하 동쪽인 중동의 바레인에 새로운 군사기지를 만들었으며, 올해 안에 아라비아해에 접한 오만에 군사기지를 설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본과의 군사적 유대를 강화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호주,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와 영연방 5개국 방위협정(FPDA)을 맺고 있는 영국은 인도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요지인 동남아 군사거점 마련과 일본과의 군사관계 강화를 통해 미국을 도와 중국을 견제하고 영향력을 회복하려는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김예진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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