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자영업·소상공인과 대화에 참석해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날 만남은 중소·벤처기업, 대·중견기업, 혁신벤처기업에 이은 경제계와의 4번째 소통자리로 소상공인연합회 등 36개 관련 단체와 자영업자 등 총 160여 명이 참석했다. 이제원 기자 |
“저는 골목 상인의 아들입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어렸을 때 부모님의 연탄가게에서 배달했던 일화로 서로의 공통분모를 찾으며 대화를 시작했다. 모두발언을 통해 또 최저임금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향후 정책을 결정할 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입장을 반영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이어진 비공개 대화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잠시 보류해 달라는 요청이 나왔다. 방기홍 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장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부담된다는 자영업자들의 호소를 들은 문 대통령은 “미안하다”며 위로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은 인상 속도라든지 인상 금액 부분에 대해 여러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길게 보면 결국은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야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책 수정이 아닌 보완을 통한 ‘고수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의 한 축이 되는 최저임금 인상을 철회할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인상 속도와 금액에서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개편하면서 소상공인 입장이 최저임금위원회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직접 참여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 자영업자의 질문을 받은 뒤 고민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문 대통령은 이어진 오찬 간담회에선 “카드수수료 인하,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4대 보험료 지원, 상가 임대차 보호, 가맹점 관계 개선 등 조치들이 함께 취해지면 최저임금이 다소 인상돼도 자영업자들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텐데 최저임금이 먼저 인상되고 이런 보완조치들은 국회 입법사항이기 때문에 같은 속도로 이렇게 맞춰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의 반대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속조치가 발 빠르게 진행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또 다른 관심은 카드수수료율이었다. 정부가 수수료를 낮추도록 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체감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김성민 한국마트협회 회장은 “카드수수료 인하에 있어 지금 카드사들이 사실 약속을 안 지키고 있는 부분들이 많다”며 “자영업자들에게 카드수수료 협상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법제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가맹점 협상권 부여 문제는 단체 소속 가맹점과 그렇지 않은 가맹점 사이의 공정성 문제가 있다”고 난색을 보였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우리가 노동조합단체 협약의 경우에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도 단체협약의 효력을 미치게 하는 구속력 제도 같은 것이 있다. 그렇게 확장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고 검토를 지시했다.
정재안 소상공인자영업연합회 대표는 신용카드로 세금을 납부할 때 부과되는 수수료 문제를 제기했다. 문 대통령은 “(세금을 카드로 납부할 경우) 카드수수료를 2%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역시 국민의 부담을 높이는 것”이라며 개선책 마련을 지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자영업·소상공인과의 대화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
문 대통령은 오찬 마무리 발언에서 “정부가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는 아직도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는 그런 기회였다”며 “장관들도 현장 목소리를 듣는 노력을 조금 더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오찬에는 오곡밥이 나왔다. 건배 음료로는 간담회에 참석한 자영업자가 만든 홍삼청 주스가, 디저트도 참석자가 생산한 그릭요거트가 제공됐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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