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어떤 유형의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걸까.
2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A씨는 탕비실에서 자리로 돌아오기까지 4가지 괴롭힘을 당했다. △근로계약서상 명시되지 않은 허드렛일 △정당한 이유 없이 휴가·병가 등 복지혜택 금지 압력 △반복적인 사적 심부름 △욕설 또는 위협적인 말 등이다. 매뉴얼엔 이 외에도 개인사 뒷담화·소문 퍼트리기, 음주·흡연·회식 강요, 집단 따돌림, 업무에 필요한 주요 비품(컴퓨터·전화·인터넷 등) 미제공 등 16개 예시가 들어있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양진호 한국미래기술회장의 엽기 행각, 신임 간호사 ‘태움’ 관행 등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사회적 물의가 잇따르자 지난해 말 국회에서 통과됐다.
고용부는 16개 예시 외에도 직장 내 괴롭힘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직장에서의 지위·관계 우위 이용 △업무상 적정범위 초과 △신체·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 악화 등 세 가지 핵심 요소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한 개정 근로기준법은 처벌 조항을 두지 않았다. 대신 매뉴얼에 1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조치에 관한 내용을 취업규칙에 필수적으로 기재하고 이를 고용부에 신고하도록 규정했다. 개별 사업장이 취업규칙 개정에 참고하도록 표준안도 제시했다. 취업규칙 미반영 시 5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처벌보다는 자율적인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체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지만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고용부는 매뉴얼이 직장 내 괴롭힘이 잘못이라는 인식을 확산하고 상호 존중하는 문화를 정착하는 기틀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경선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직장 내 성희롱 개념이 처음 도입됐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크게 변했다”면서 “직장 내 괴롭힘 개념도 이제 첫발을 디딘 만큼, 10년쯤 지나면 확실히 문화가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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