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통계청의 2018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분위 가구의 취업가구원 수는 0.64명에 그쳤다. 전년 동분기 0.81명에서 0.17명 급감한 것이다. 1분위 가구의 평균 가구원 수가 2.38명인데, 채 1명도 일자리를 갖지 못한 셈이다. 2분위 가구(소득 하위 20∼40%)의 취업가구원 수도 1.21명으로 전년 동분기(1.31명)보다 줄었다.
반면 3분위(1.56명), 4분위(1.79명), 5분위(2.07명) 가구는 전년 동분기 대비 취업가구원 수가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저소득층 취업자가 몰리는 임시직 일자리가 줄고, 고소득층 취업자가 몰린 상용직 일자리는 늘어난 영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상용근로자는 전년 동분기 대비 34만2000명 늘어난 반면에 임시근로자는 17만명 감소했다. 1분위 가구의 무직 가구 비중도 1년 전 43.6%에서 지난해 4분기 55.7%로 급격히 늘었다.
음식점업 등 영세 자영업 부진으로 2분위 자영업 가구주 비중이 떨어지고 1분위 자영업 비중은 상승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2분위 가구 소득 중 근로소득은 전년 동분기 대비 0.4% 증가했지만 사업소득이 무려 18.7% 감소하면서 전체 소득을 4.8% 끌어내렸다. 2분위 가구주의 자영업 비중은 2017년 4분기 24.4%에서 지난해 4분기 19.3%로 약 5%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1분위 가구주 자영업자 비중은 13.1%에서 15.9%로 늘었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2분위 가구에 있을 수 있었던 자영업자가 상황이 더 악화하면서 1분위로 내려앉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 변화와 저소득층 지원 위주의 정부 정책 수정을 주문했다. 정부는 지난해 기초연금을 21만원에서 25만원으로 인상하는 등의 정책 수단을 통해 그나마 소득 분배 격차를 줄였다는 설명이지만 근로소득, 사업소득 감소를 대체하기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저임금 근로자 비율이 줄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는데 일자리를 유지한 경우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잃고 소득이 감소하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라며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하고, 시장에 최저임금 인상 동결 등의 메시지를 주지 않는다면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포용성장이라고 말만 해서 양극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임금구조 개편,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등의 인프라 개편 없이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하면서 정규직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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