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기애애 했던 단독회담·만찬 / 트럼프 “당신은 위대한 지도자” 칭찬 / 金 다소 긴장… 시간 흐르며 여유 찾아 /“적대적인 관행 극복” 소회 밝히기도 / 호텔 주변 모두 차단… 경계 최고단계
‘260일’ 만에 다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서로 손을 마주 잡았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의 1차 북·미 정상회담과 달리 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시작된 2차 정상회담에선 두 정상이 처음으로 만찬을 가졌다. 두 정상은 만찬을 통해 부드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며 ‘톱다운’ 방식의 의사결정을 중시하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서로의 의중을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김혁철 라인’의 실무협상에서 타결되지 못한 쟁점과 이견을 조율해 ‘하노이 선언’을 완성하기 위한 탐색전을 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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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북미정상회담 첫날인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 도착해 악수를 하고 있다. 백악관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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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 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두 정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양국 협상단이 27일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 마련된 만찬장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리용호 외무상,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신혜영 북측 통역관,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이연향 국무부 통역국장,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믹 멀베이니 대통령 비서실장 대행. 하노이=AFP연합뉴스 |
2차 정상회담 첫 일정으로 두 정상은 이날 오후 6시28분(한국시간 8시28분) 공식 회담장으로 결정된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났다. 각자의 전용 차량을 타고 도착한 두 정상은 미국 성조기와 북한 인공기가 교차돼 있는 회담장에서 서로 큰 걸음으로 다가서며 오른손을 마주 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오른팔을 가볍게 잡으며 친근하게 인사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영어로 간략히 인사를 건네자, 김 위원장은 한국어로 웃으며 답했다. 다소 긴장한 표정이던 김 위원장은 시간이 흐르면서 미소를 짓는 등 여유를 찾아가는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회담 전 5분간 공개 좌담에서 “당신은 위대한 지도자”라고 칭찬한 뒤 “다시 만나서 매우 영광”이라며 김 위원장에게 친근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어떤 사람은 진전이 빨리 가길 원하지만 내 생각에 굉장히 잘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260일 만에 또다시 이런 훌륭한 회담이 마련되게 된 것은 각하의 그 남다른 통 큰 정치적 결단이 가져온 일”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김 위원장은 “불신과 오해의 적대적인 낡은 관행이 우리가 가는 길을 막으려고 했지만, 우린 그것들을 다 깨버리고 극복하고 다시 마주 걸어서 260일 만에 하노이까지 걸어왔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두 정상은 이후 20분간 일대일 단독회담을 했다. 양측 통역을 감안하면 실제 회담 시간은 10분가량이라고 할 수 있다. 메트로폴 호텔 1층 ‘라 베란다 식당’에서 진행된 ‘프라이빗 만찬(친교 만찬)’에서는 두 정상이 첫 만남에서의 긴장감을 씻어낸 듯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농담을 주고받았다.
김 위원장은 단독 회담과 관련해 흥미로운 얘기를 했다고 소개한 뒤 이내 “껄껄껄”하고 웃었다. 그는 ‘흥미로운’이라고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만들어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웃으면서 “그 대화를 들으려면 돈을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다.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게 “이번 회담이 ‘멋진 상황’(wonderful situation)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며 상황이 ‘해결되길’(be resolved) 바란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양국 음식이 조화를 이룬 코스 요리를 함께 먹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했고 서로 깜짝 제안을 주고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교 만찬에서는 양측에서 통역을 제외한 2명의 인사가 더 참석하는 ‘3+3형식’의 회담이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단골 통역관이던 김주성 대신 새로운 여성 통역관 신혜영 통역관을 동반했다. 미국 측은 1차 정상회담에 이어 또다시 이연향 국무부 통역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어 통역을 맡았다. 지난 1차 정상회담과 달리 친교 만찬이 추가되면서 배석자 면면에도 관심이 쏠렸다. 미국 측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외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믹 멀베이니 대통령 비서실장 대행이 참석했다. 북측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리용호 외무상이 배석했다. 양측은 시종 밝은 표정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만찬은 예정된 시간보다 약 20분 가량 더 이어졌다.
이날 만찬 장소와 회담장이 공개되면서 주변의 경계는 최고단계로 격상됐다. 그 전날까지는 호텔 주변에 일반인들의 접근이 가능했으나 이날은 호텔은 물론이고 인근 도로를 모두 통제하고 외부인 접근을 막았다. 특히 북측 실무자들의 숙소로 이용 중인 ‘정부 게스트하우스(영빈관)’를 포함한 호텔 일대가 모두 봉쇄됐고 호텔과 주요 건물 옥상에는 경찰이 배치돼 주변을 감시했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정상회담이 메트로폴 호텔뿐 아니라 이와 인접한 영빈관과 ‘리타이또 공원’까지를 활용해 다양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노이=조병욱·홍주형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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