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은 그동안 실무자들이 합의안의 밑그림을 그려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일대일 담판을 통해 핵심 쟁점을 타결하는 ‘톱 다운’ 방식을 동원했다. 그러나 두 정상이 이번에 ‘빈손’으로 돌아왔다. 이 때문에 북·미 양측이 트럼프 정부 이전에 시도했던 고위급 또는 실무자급 회담을 통해 북핵 해법을 찾아 최고 결정권자의 승인을 받는 ‘보텀 업’ 방식으로 돌아가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무리한 요구 안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1일 새벽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과 관련, 사전에 준비한 서류를 손에 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미 양측이 실무급 접촉 가능성은 열어뒀다. 폼페이오 장관은 28일 필리핀으로 가는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각자는 조금 재편해야 할 것이나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그 팀이 오래지 않아 모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북 제재 전면 해제 요구”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 필리핀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일 마닐라 외무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밝히고 있다. 마닐라=AFP연합뉴스 |
미국 조야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이 실패로 끝났고, 이제 대북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갑작스러운 협상 결렬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직접 설득하는 전략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미 양측이 대화를 계속하겠다고 하지만, 언제 어느 직급에서 대화가 재개될지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와 김정은 간 정상회담 결렬로 일대일 외교의 위험성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