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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정은, 북·미 담판 '고'냐 '스톱'이냐 딜레마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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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03 12:41:59 수정 : 2019-03-03 14: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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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회담'서 北美 입장차 재확인 / 영변 내주고 대북 제재 완화 원한 北 / '스몰 딜' 아닌 '올인' 원한 美 / 폼페이오 "대화 포기 안 했지만 당분간 어려울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핵 담판을 계속할지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두 정상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소매를 걷어붙이고, 협상을 계속한 끝에 상대방의 의중을 직접 확인했고, 현 단계에서 양측의 입장 차이를 좁히는 게 매우 어렵다는 현실을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김 위원장은 영변 핵 시설 폐기와 2016년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취한 5건의 대북 제재 결의 해제를 맞바꾸자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스몰 딜’을 하지 않겠다며 ‘그랜드 바겐’을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올인’하라고 했다고 미 정부 관계자들이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북·미 간에 신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영변 핵 단지 폐기와 5건의 제재 완화를 시행하면서 신뢰를 구축한 뒤에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자고 했다는 게 미국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단계별 접근’ 방식을, 트럼프 대통령은 ‘일괄타결’을 고수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EPA연합뉴스
◆문제의 본질

문제는 북·미 간 협상 방식이 아니다. 미국은 ‘영변+α’를 요구했으나 북한이 영변 단지 이외의 핵·미사일 시설 등을 근본적으로 협상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점이다. 미국 정보기관은 북한이 영변 핵 단지 이외에 다수의 비밀 핵·미사일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하노이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에 대해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빈손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하노이 현지에서 3번에 걸친 연속 기자회견을 통해 협상 결렬의 책임을 미국에 떠넘기는 홍보전에 나섰다. 최 부상은 특히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께서 미국의 거래방식, 계산법에 의아함을 느끼고 계신다”고 설명했다. 최 부상은 “신년사부터 시작해서 상응 조치가 없으면 ‘새로운 길’을 찾겠다는 입장을 표시했기 때문에 이제는 정말 뭔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미국 측의 반응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북·미 담판 포기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그렇지만 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협상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튿날인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확대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북한의 비핵화 거부

미국 조야에서는 북한과 김 위원장이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근본적으로 거부했고, 앞으로도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영변 핵 단지’를 최고로 비싼 값에 미국에 팔고, 영변 이외의 고농축 우라늄 시설,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탄도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대량파괴무기(WMD)를 아예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핵·미사일 생산 동결 요구를 일축했다. 이는 곧 북한의 비핵화 거부를 뜻한다고 미 시사 종합지 애틀란틱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국무부의 고위 당국자는 1일 기자들에게 하노이 담판 이후 미국이 딜레마에 빠진 점을 시인하는 발언을 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핵·미사일 생산을 중단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이 부분적인 대북 제재 해제 조치를 하면 수억 달러의 자금이 북한에 유입되고, 이 돈으로 북한이 WMD 개발을 계속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트럼프의 미련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하노이 담판 결렬로 북·미 간 협상 타결 전망이 어두워진 상황에서 다시 북·미 접촉에 나설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사태에 직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북·미 핵 담판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지는 않았다. 트럼프는 이날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설에서 “북한은 만약 그들이 합의를 이룬다면 믿을 수 없는, 빛나는 경제적 미래를 가질 것이나 그들이 핵무기들을 가진다면 어떠한 경제적 미래도 갖지 못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은 그들에게 정말 나쁜 것이고, 우리는 그것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것이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지난 며칠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고 북·미 정상회담 결렬 소회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모든 것이 잘 되면 다른 나라들이 북한에 원조를 제공하도록 하겠다”며 미국의 대북 경제 지원 카드를 흔들어 보였다.

베트남에 이어 필리핀을 방문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기자들에게 “대화를 계속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아직 북·미 대화를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미 대화가 당분간 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일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묘를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쁜 베팅

뉴욕 타임스(NYT)는 2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둘 다 오판했고, 이것이 나쁜 베팅으로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애초 북한이 수용하기 어려운 그랜드바겐을 요구했고, 김 위원장도 영변 핵시설 카드로 핵심적인 대북제재 해제를 끌어낼 수 있다고 잘못 계산했다”고 지적했다. NYT는 “결국 과도한 자아(ego)가 나쁜 베팅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CNN 방송은 “김 위원장이 ‘백업 플랜’을 준비하지 않았고, 공동 선언문에 서명할 것으로 매우 자신 있게 기대했었다”고 전했다. 미국의 한 전직 관료는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두 지도자의 개인적 친분만으로 좁히기에는 북·미의 간극이 너무 컸다”면서 “최소한 부분적으로라도 정상회담 이전에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WSJ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기 몇 주 전부터 결렬을 예고하는 틀림없는 징후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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