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건당국이 홍역 급증으로 비상이 걸렸다. 지난 1∼2월 미국에서 발생한 홍역 환자가 200명을 넘어섰는데 홍역 의심 환자도 급증하고 있는 탓이다. 지금의 감염 속도라면 2000년 정부의 홍역 퇴치 선언 이후 올해 가장 많은 홍역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9일(현지시간) 올해 1∼2월 발생한 홍역 환자는 206명이라고 밝혔다. 특히 뉴욕시의 경우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지역에서 지난주에 11명의 추가 감염자가 발생했다. CDC는 뉴욕시의 경우 브루클린과 퀸즈에서 지난해 10월 이후 지난 5일까지 133건의 홍역 환자가 발생했다면서 “대부분 정통유대교 집단의 아이들이 감염됐다”고 지적했다. 백신을 맞지 않은 어린이가 부모와 함께 이스라엘을 방문한 뒤에 홍역에 감염됐고, 이후 지역 감염으로 확산했다는 설명이다.
워싱턴주의 클라크 카운티에서는 올해 벌써 70명이 홍역에 감염됐다. 나이별로 보면 1~10세가 51명으로 가장 많았고, 11~18세 15명, 19~39세가 4명 등이었다. 전체의 87%인 61명이 홍역 백신을 맞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고, 감염자 중 2명은 1차 백신까지 접종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홍역이 급증하는 것은 백신접종으로 자폐증에 걸릴 수 있다는 괴담이 퍼지면서 비롯했다. 종교적으로 백신을 거부한 경우도 상당하다.
홍역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워싱턴주에서는 홍역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학생 800여명을 3주간 등교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홍역 환자가 급증한 클라크 카운티 인근에서는 홍역 백신 접종을 증명할 수 없는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말라는 명령이 이어지고 있다. 등교 중단 지시를 내린 학교는 수십곳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주에서 홍역 환자가 급증한 것은 유치원과 학교 입학을 위한 백신 접종 의무규정에서 예외를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주는 워싱턴주를 포함해 17개주나 된다. 워싱턴주에서도 클라크 카운티에서 발병이 확산한 것은 백신접종 증명을 면제받은 학생 비율이 7%에 달하기 때문이다. 워싱턴주 의회는 부랴부랴 백신접종 의무화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앞서 미국은 지난 2010년 홍역이 완전히 퇴치됐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해외 발병지역을 다녀온 여행객을 통해 지역감염이 다시 확산했다. 지난해에는 뉴욕주와 뉴욕시 등에서 발생한 3건을 포함해 총 17건이 발병했다. 특히 정통 유대교 사회에서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감염이 확산했다.
2017년 미네소타주에서만 75명이 홍역에 걸렸는데, 예방접종에 취약한 소말리아계 미국인 사회가 발병의 중심으로 지목됐다. 2014년에는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고 사는 오하이오주의 ‘아미시’ 공동체가 주요 발병 사례였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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