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카카오맵, 3단어 주소 what3words 품으며 정밀화 성큼

입력 : 2019-04-17 10:17:42 수정 : 2019-04-17 10:17:4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날개.상장.듬뿍’

 

이 세 단어를 처음 본 사람은 ‘이게 대체 무슨 뜻인가’ 의아할 것이다. what3words(이하 w3w)의 주소 시스템으로 표현한 세계일보 광화문 사옥의 주소(서울 종로구 경희궁길26)다.

 

카카오가 16일 자사 모바일지도 서비스 카카오맵과 w3w의 파트너십을 알리는 기자간담회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호텔에서 열고 추후 서비스 방향에 대해 전했다.

 

조르디 파머 w3w 기술개발이사

◆w3w “복잡하고 긴 주소 대신 3단어로 표현”

 

영국의 유명 스타트업인 w3w는 독특한 주소 체계 서비스를 2013년 개발했다. 전세계를 3m x 3m 단위의 57조개 정사각형으로 나누고 각각의 정사각형에 3개의 단어를 부여한 것이다. 이를 통해 세계의 그 어느 곳도 주소가 없지 않도록 했다.

 

이날 강연자로 참석한 조르디 파머(Geordie Palmer) w3w 사업개발 이사(business development director)는 “w3w의 창업자인 크리스 쉘드릭(Chris Sheldrick)은 원래 공연 사업을 했다. 공연장이 농촌 쪽에 있었는데 기존 주소 시스템으로는 정확한 안내가 어려워 사람들이 길을 잘못 찾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며 “쉽고 정확하게 주소를 안내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3단어 주소 체계를 고안해냈다”고 설명했다. 

 

파머 이사는 w3w를 통해 사람들이 좀 더 쉽고 정확하게 자신의 위치를 공유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들판, 바다, 산 등의 한 지점, 공원의 한 벤치, 시장 안의 가게 등 세부적인 주소가 없는 곳도 w3w를 통해 쉽고 정확하게 찾아갈 수 있으리라는 것. 그는 “서울 강남의 멀티플렉스 빌딩인 코엑스만 봐도 출입구가 12개 이상이다. 하지만 모바일 지도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에서 ‘코엑스’를 검색하면 전체 건물 하나의 주소만 나온다”며 “w3w를 활용하면 친구를 만날 때 자신이 있는 위치를 좀 더 정확하게 지정해 공유할 수 있다”고 밝혔다. w3w에 따르면 기존 주소 체계가 너무 복잡한 몽골 등에선 w3w가 이미 사실상 대표 주소 체계로 기능하고 있다.

 

숫자나 행정단위명이 섞여 있지 않아 기존 주소보다 음성 인식 서비스를 이용할 때도 용이하다. 특히 외국어로 된 주소를 발음하기 쉽지 않은 여행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w3w 측은 설명했다. w3w 서비스는 세계적으로 구조, 물류,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국제연합(UN), 적십자, 에어비앤비, 도미노피자, 론리플래닛, 애플 iStore, 메르세데스 벤츠, 포드 등 국제적인 기구 및 기업 등이 w3w과 손잡았다. 현재까지 투자된 금액만 1500억원 이상이며 27개 언어로 170여개국에서 사용 가능하다.

 

이창민 카카오 맵데이터 파트장

◆카카오맵 통해 w3w 주소 확인하고 공유 가능

 

현재 국내에서 w3w 서비스가 적용된 서비스는 카카오맵이 유일하다. 카카오맵 앱에서 공유하고 싶은 곳을 길게 터치한 후 나온 알림창에서 w3w를 누르면 해당 지역의 3단어 주소가 표시된다.

 

예를 들어 판교역 북쪽 1번 출구 30m 앞은 '///물컵.부과.입학', 반포한강공원 2주차장 서편 10m 지점은 ‘///초여름.이긴다.색상’이다. 카카오맵에서 w3w 주소를 검색할 수도 있다. 검색창에서 ‘///’를 입력한 후 뒤에 단어 3개를 써넣으면 된다. 공유 기능으로 w3w 주소를 카카오톡 메시지로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3m x 3m 공간의 주소를 이루는 단어들은 무작위로 지정돼 있으며 수정할 수 없다. 돈이나 권력이 있는 사람이 임의로 주소를 만들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파머 이사는 “언어마다 언어학자들을 고용해 알맞은 단어들을 뽑도록 했다”며 “한국어판은 한국어학자 25명이 선정한 약 4만개의 단어로 구성된다. 이 과정에서 단어끼리 조합되며 부정적인 의미를 만드는 단어들은 최대한 배제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왜 하필 3단어로 만들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파머 이사는 “2단어로 표시하면 3m x 3m보다 격자가 더 넓어야 한다. 기억하기엔 좋지만 정확도가 떨어진다. 4단어면 주소가 가리키는 공간이 그보다 더 좁아지지만 단어가 많아 기억하기 어렵다”며 “사용자 편의와 효율성 측면에서 3단어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질문에 답변 중인 파머 이사

◆국내 시장 공략 가능할지 의구심… 카카오 “추후 다른 서비스와도 연계 가능”

 

다만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고 카카오맵, 네이버지도 등 모바일 지도 서비스가 고도화한 국내 시장 특성상 w3w가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사실상 주소가 없는 곳이라도 카카오맵 앱에서 해당 위치를 누르면 별 불편함 없이 카카오톡 등으로 바로 공유 가능하다. 단어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재미 외에는 굳이 w3w를 이용해 3단어 주소로 변환한 후 공유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기 어렵다는 평가다.

 

또한 국내에서 음식 배달, 우편, 재난 구조 등에 w3w가 활용될 가능성도 적으리란 관측도 있다. w3w가 활발히 쓰이는 몽고와 달리 우리나라 주소 체계는 상대적으로 간편하고 체계적이며 물류-유통업도 발달돼 있다. 카카오맵이 국내에서만 서비스되며 한국어와 영어만 지원해 여행자 편의성 측면에서도 제한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카카오맵의 w3w 도입이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만 건질 뿐, 앱의 잘 쓰지 않는 부가 기능 하나만 늘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w3w가 협업 중인 기업들

이에 파머 이사는 “w3w는 기존 주소 시스템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려는 것”이라며 “메신저 등을 통한 공유는 기존 주소도 문제없지만, 사용자가 위치를 기억하거나 전화 통화 등으로 상대방에게 설명할 땐 w3w 주소가 훨씬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측은 w3w 서비스가 사용자들의 감성적인 측면을 공략할 것이라 기대했다. 이창민 카카오 맵데이터 파트장은 “가족들과 스쿠버다이빙을 했던 바다, 첫 낚시를 했던 해변가, 첫키스를 했던 지역 등을 w3w를 통해 기억하면 추억이 될 것”이라며 “또한 도로를 달리다 발견한 명소나 산속에 텐트를 친 위치 등도 손쉽게 지인들과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w3w와 카카오맵과의 파트너십이 시너지가 적으리란 우려에 대해선 “추후 카카오를 통해 w3w를 지속적으로 홍보할 것이며 카카오맵 이외의 다른 카카오 서비스와도 연계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트리플에스 VV 린 '강렬한 눈빛'
  • 트리플에스 VV 린 '강렬한 눈빛'
  • 박지현 '순백의 여신'
  • 김민주 '청순 매력'
  • 아일릿 원희 '러블리 끝판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