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로 대표되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은 ‘회색빛’을 띤다. 회색빛은 그들이 느끼는 괴리감, 혼란 등에서 비롯했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뎠거나 사회 진출 기회를 노리는 이들은 맡은 직무를 해내기 위해 앞서 수년간 받아온 초·중등교육(초중고) 또는 고등교육(대학) 내용을 참고한다. 그러나 이내 ‘맨땅에 헤딩’하듯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세계일보와 취업포털 잡코리아 공동으로 진행(9∼14일)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3723명) 가운데 2030세대가 76.7%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21일 조사 분석 결과 교육계에 널리 알려진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말은 이들에게 현실이었다.
조사에서 ‘현재 학교교육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다양한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느냐’는 질문에 1000명이 넘는 응답자(28.1%)가 ‘동의할 수 없다’ 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이란 개념은 4년 전 세계경제포럼(WEF)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바브가 주장한 뒤 재계뿐 아니라 정치·문화·사회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시대정신이 됐지만, 교육은 아직 이전의 2∼3차 산업혁명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다.
부정적 응답자 1048명은 각자 학교교육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상을 충족할 수 없는 이유를 주관식 답변으로 적어냈다. 2030세대에선 공교육에 대한 기대 수준이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4차 산업혁명’ 등 일반 용어를 제외하면 답변자 사이에서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부족’(73번), ‘주입식’(71번), ‘획일적’(56번), ‘입시’(51번), ‘창의성’(48번) 등이다. 키워드를 아우르면 “지금과 같은 입시 위주의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으론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창의력을 키우기엔 부족하다”는 2030의 불만이 도출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불신은 공교육이 변화한 사회에서 요구하는 역할을 수행해내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전경원 참교육연구소장은 이날 통화에서 “사회가 빠른 속도로 변하면서 학부모들은 과거 가정에서 ‘밥상머리 교육’으로 이뤄졌던 개인별 맞춤형 교육을 공교육이 대신해 달라고 요구하지만, 학교 현장은 아직도 붕어빵 틀 같은 대량생산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며 “교육 문제는 교육만 변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없다. 시민들은 ‘품격 있는 삶’을 위해 교육을 찾지만 바로 전 단계인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은 한 국가의 사회복지, 경제에 달렸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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