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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 폴락 “文 대통령, 북한에 덜 필사적으로 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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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4-25 06:00:00 수정 : 2019-04-24 21: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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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동아시아 안보전문가 조나단 폴락 / "북·러 정상회담 성과 제한적”
조나단 폴락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 연구원. 서상배 서임기자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전문가 조나단 폴락(Jonathan D. Pollack)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 북한과 러시아는 각자의 실리를 챙기겠지만 의미 있는 합의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해군대학의 교수를 지냈고 국방 분야에서 유명한 랜드연구소에서 선임 분석관으로 근무하는 등 한반도 안보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 온 그는 최근 상황에 대해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아산정책연구원 주최 외교·안보 포럼인 ‘아산플래넘 2019: 한국의 선택’ 행사에 참석차 방한한 폴락 박사를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 정부를 향해서도 “북한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해야만 비핵화에서도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당부했다.

 

―8년 만에 북·러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중국과 관계에 치중했던 북한이 변화를 보일까.

 

“러시아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북한하고 이런 형태의 만남을 바라왔다. 지난 몇 년 동안 실제 물밑작업 해왔고,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만나고 싶어 한다는 부분에서 합의가 돼 있다고 간주해 왔다. 그것이 현실화된 것이 지금 이 타이밍일 뿐이다. 그동안 한반도 문제에서 러시아가 주요한 역할 해왔다고 보기 어렵다. 러시아 입장에서 정치적으로 봤을 때 따로 고립되길 원치 않는다. 최근 정상회담 용어 자체가 조금은 광의적으로 아주 쉽게 쓰이는 것 같다. 몇 년 전만 해도 정상회담이라고 하면 수주, 수개월 사전 준비해서 당사국 간 깊이 있는 이슈 논의하는 자리였다. 지금은 그 정도의 무게를 가지는 의미로 쓰이지 않는다. 아마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러시아가 기존처럼 경제적 협의 제안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현상에서 북·러 교역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러시아가 얼마나 준비되었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중국과 비교해서 현재 러시아의 위치 봐야 하는데 중국과 비교해서 그만큼 준비된 상태는 아니다. 그런데도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는 (한반도 논의의) 틀에서 벗어나 있다가 프레임 안으로 재편입 되는 의미는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6자 회담 재개 이야기도 나오는데.

 

“단기적으로 6자 회담에 관해서는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북한에는 선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6개국이 비핵화라는 주제 제외하면 서로 이해관계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회의적으로 본다. 북러 정상회담이 커다란 돌파구가 될 것 같진 않다.”

 

―(북러 정상회담 의미에 대한 분석)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외교 관계를 재개했다는 차원에서 이용 가치가 있다고 본다. 동시에 이 모든 프로세스에서 일본을 고립시키고 제외했다는 부수적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하루 정도의 만남 이상의 큰 의미는 되지 않을 것 같다. 양국이 우호적 관계를 다시 한 번 확신하는 계기가 됐다는 합의문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만남을 통해서 김 위원장에 통 큰 선물을 준다면 북한은 수락할 것이다. 군사지원이나 어떤 형태로든 지원한다면 북한 입장에서는 기분 좋게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개인적 생각으로는 지금 이 시점에서 러시아가 그런 제안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에 껄끄러움을 주기 위한 차원에서 해볼 수도 있겠지만 한반도 문제에서는 푸틴이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인다. 이 시점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정상회담이 큰 돌파구가 된다면 그게 더 놀라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8년 전 출간한 저서 ‘출구가 없다: 북한과 핵무기, 국제 안보’에서 언급했던 상황과 현재 상황이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서울로 오는 비행기에서 오랜만에 그 책을 다시 읽었다. 지금 정세에도 유의미한지 보고 싶었던 것인데, 자화자찬은 아니지만 8년 전 내용에서 딱히 바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정확히 이야기하면 작은 부분에서 추가 정보는 생긴 것 같다.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면, 북한의 비핵화 이슈로 보면 북의 핵기술은 진전이 있었고 더욱 정교해졌다. 책을 쓸 당시에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던 때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수준의 핵 기술을 보유하진 못했었다. 당시 북한이 핵에 대한 능력을 입증(proven ability)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북한이 보유한 핵에 대해 입증된 게 있다. 북한이 이야기한 것처럼 핵 기술과 관련해 양보했거나 후퇴했다는 것이 아니라 8년 동안 훨씬 더 발전해 왔다.”

 

―4·27 판문점 선언 1년이 지났는데 지금 와서 돌아보면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었나.

 

“1년 전 판문점 선언 당시에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서 확신과 신념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아주 강한 확신과 신념인데, 북한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고 남북관계 개선이 가능하다는 확신이었던 것 같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판문점 선언이라는 것이 북한과 한국의 관계를 다시 연결하는 함의를 갖고 있었을 것이다. 남북관계의 진전과 비핵화 간의 연결고리를 찾은 것이다. 물론 문 대통령이 왜 그러한 사고방식으로 접근했는지는 이해하지만, 개인적 견해를 말하자면 북한은 그 어느 순간에도 남북한을 연결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본다. 남북관계가 개선된다는 옵션은 북한이 남북관계를 개선할 때만 되는 것이다. 지금은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저항감이 있다. 그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북한 비핵화 문제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의 정의와 미국과 다른 국가들이 생각하는 정의가 완전히 상반된다. 두 개의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사는 개념이다. 이 대목이 중요하기 때문에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미국은 비핵화를 핵무기, 핵 자산, 잠재 핵 능력 등을 모두 제거하는 것을 생각한다. 현재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시설, 핵무기에 대한 노출까지 포함한다는 기술적 의미의 비핵화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북한의 비핵화는 훨씬 더 정치적이다. 관계가 개선되면 비핵화가 가능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북한에 일련의 과정 중 (비핵화는) 가장 마지막 단계에 있다. 미국에는 비핵화는 1단계로 와야 하는 선결 조건이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에서 궁극적인 비핵화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조금 떨어뜨려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문 대통령이 접근하고자 했던 방식은 관계가 정상화 된다면 비핵화 문제는 (다음) 수순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비핵화와 북한의 핵 협상에 대해서)

 

“북한은 아주 정확한 언어 사용하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전략적 어휘’라고 부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19 평양선언에서 발언을 보면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단호한 의지라는 것에 관해 이야기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비핵화’는 북한이 정의하는 비핵화다. 미국이 협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비핵화가 아니었다. 하노이 회담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바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구석에서 북한이 실제로 의지가 있는지, 준비가 돼 있는지 느낄 수 있는 실마리가 없다. 핵무기 없애겠다고 하는 것이나 영변 (핵시설) 파괴하겠다고 했는데 그것도 셧다운(shut down·폐쇄) 의미가 얼마만큼 명확한 의미인지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만큼 북한에 있어서는 보검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핵이 있기 때문에 미국이 직접 대화하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 나오고, 핵이 있어서 미국이 북한을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북한이 주창하는 것이다. 핵무기가 북한에 얼마나 중요한 수단인지 강조하고 싶다. 북한이 회담에 진지하게 개입하려고 하는 시도는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핵을 이용하고자 하는 의도는 줄지 않았다.”

 

―현 상황에서 한국 정부에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지금 한국 정부는 북한 쪽에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에서 유의미한 진전을 이루려면 비핵화에서 실질적 진전 있어야 한다고 명확하게 하고 시작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해서, 김 위원장이 이 모든 프로세스의 통제권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김 위원장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뭔가 더 필요로하는 것처럼 보이고 김 위원장도 이미 이를 알고 있다. 문 대통령이 만약 한반도 문제에서 중심에 서고 싶다면, 미국에 확신을 줘야 한다. 단순히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문제가 아니라 더 큰 이슈가 있다. 더 큰 이슈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더 큰 그림이 있다는 걸 미국 측에 확실하게 줘야 한다. 북한은 이 모든 상황에서 한국이 중요한 플레이어라고 보고 있지 않다. 핵무기를 논의할 대상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나 중국 같은 양대 강국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강국이 아니라고 메시지를 이미 전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시점에서 좀 덜 필사적일 필요가 있다. 그렇게 보여야 한다. 지금은 너무 원하는 것처럼, 안달하는 것처럼 보이고 김 위원장에게 애원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이 받는 정치적 압박은 이해한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개인적, 정치적 입장을 너무 투영해서 접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 위원장도 그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4·12 북한 김 위원장 성명에서 미국과 한국, 한미 동맹에서 한국을 떨어뜨리겠다고 하는 의도를 북한은 분명히 보였다. 문 대통령은 그 제안만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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