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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몸살’에 선선해진 봄… 올여름 ‘종잡을 수 없는 이변’ 경고 [연중기획 - 지구의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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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02 23:00:00 수정 : 2019-05-03 09: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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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찮은 온난화 / 북극 면적 최저기록 경신 / 4월말 해빙 1290만㎢까지 쪼그라들어 / 역대 최소 2016년보다 20만㎢ 더 줄어 / 북극 열병이 한기 불러와 한반도 ‘쾌적’ / 2018년 ‘최악 폭염’ 올해도? / 달궈진 티베트·몽골發 고기압 더위 불러 / 오호츠크해 높은 수온은 장마전선 약화 / “폭염 재현” “북극 너무 녹아 변수 커” 분분

올 4월 평균기온은 지구온난화 시대에 귀감이 될 만하다.

서울을 기준으로 최고기온 17.6도, 최저기온 7.2도, 평균기온 12.1도. 평년 수준(최고 17.8도, 최저 7.8도, 평균 12.5도)을 살짝 밑돌았다. 가뭄 걱정 없게 비도 사흘에 한 번꼴로 내렸고, 덕분에 월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도 여름만큼(20㎍/㎥ 안팎) 낮았다. ‘요즘 날씨만 같았으면’ 싶은 날들이다.

그런데 이 또한 기후변화의 일면이라면?

국내 대기과학 전문가들은 올봄 ‘이곳’에 심상찮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걱정한다. 모순처럼 들리지만 최근 날씨가 정상적으로 느껴지는 건 지구가 앓는 열병 때문이라고 말한다. 잠복기 후에야 본색을 드러내는 바이러스처럼 ‘이곳’의 변화는 올여름 종잡을 수 없는 이변을 연출할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그 많던 해빙은 어디 갔을까

전문가들이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는 ‘이곳’은 바로 북극이다. 지난달 29일 기준 북극 바다얼음(해빙) 면적은 1290만㎢로 쪼그라들었다.

북극 해빙은 겨울 동안 꽁꽁 얼어붙어 3월에 가장 크게 발달한다. 이후 서서히 녹아 9월에 최소 면적을 보인다. 그런데 올해는 예년보다 한 달 먼저 얼음이 녹기 시작해 해빙 면적이 하루가 다르게 줄고 있다. 역대 4월 말 해빙이 가장 작았던 해는 2016년이었는데, 올해는 그보다도 20만㎢ 이상 더 줄었다. 한반도만 한 해빙이 녹아 북극해로 사라진 것이다.

정지훈 전남대 교수(지구환경과학)는 1일 “원래 북극 해빙은 여름이 돼야 얼만큼 녹았다고 이슈가 되곤 한다”며 “봄에 해빙이 이렇게 많이 준 건 처음 본다”고 했다.

 

겨울철 ‘열 받은 북극’은 중위도에 이상한파를 가져온다. 북극 한기가 내려오지 못하도록 막는 제트기류가 느슨해져 찬공기가 중위도로 쏟아져 내리기 때문이다. 2017년 말∼지난해 초 한파가 그랬다.

올봄도 마찬가지다. 동풍 효과로 초여름 더위가 나타난 하순 며칠을 빼면 평년 기온을 밑돌 때가 많았다. 특히 반짝 더위가 사라진 지난달 26일 이후 엿새 연속 예년보다 선선한 봄날씨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상층 한기가 내려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계절이 계절이다보니 한파가 아닌 시원함으로 전달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했을 뿐이다.

김백민 부경대 교수(환경대기과학)는 “우리나라에 영향을 많이 주는 카라 바렌츠해(러시아 서북쪽 북극해)가 굉장히 고수온을 보이고 있고, 그래서 더 빨리 북극 해빙을 녹이고 있다”며 “4월 북반구는 온 사방에서 블로킹(제트기류 흐름이 멈추는 것)이 생겼다 없어지는 등 아주 혼란스러웠다”고 전했다.

최근 일기도를 보면 북유럽 쪽에 조이스틱처럼 고기압이 불룩 솟아 기류가 막혀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이런 ‘오메가(Ω) 타입 블로킹’이 풀리면서 우리나라로 찬공기가 내려온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북극이 몸살을 앓은 덕분으로 우리나라는 이른 더위 대신 ‘모범적인’ 4월을 보냈다는 것이다.

김동준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이달 상순과 하순 비가 잦은 것도 북극 해빙과 관련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올여름 ‘기싸움 공중전’ 승자는?

전례없는 북극 해빙 변수로 곧 다가올 여름철 기후를 예측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과학시간에 배우는 우리나라의 여름은 단순하다. 오호츠크해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만나 장맛비가 내리고, 한여름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를 덮어 고온다습하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판이다.

정용승 고려대기환경연구소장(전 한국교원대 교수)이 지난 1월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1980년대까지만 해도 장마전선은 중국에서 한반도를 지나 일본까지 3000∼4000㎞씩 길게 뻗어있었다. 전선은 4∼5주에 걸쳐 남북을 오르내리며 꾸준히 비를 뿌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장마 기간이 2∼3주로 줄고, 전선 자체도 뚜렷하지 않다. 정 소장은 “러시아 동쪽 오호츠크해의 수온이 올라 장마전선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한상은 기상청 예보전문화TF팀장도 “오호츠크해 고기압은 이 지역의 차가운 바닷물 때문에 만들어져 해수 온도가 오르면 뚜렷이 발달하기 어렵다”며 “대륙성기단과 열대몬순기압골처럼 중국 장마(메이위·梅雨)를 만드는 요인까지 두루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한여름 폭염도 더는 북태평양고기압 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중국 열적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가세한 삼파전이 최근 추세다.

‘1994년 이후 최악의 더위’라 불린 2016년과 ‘기상관측 114년 사상 최악’으로 기록된 지난해 여름은 각각 중국 열적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주범이었다. 이 두 단어가 우리나라 폭염과 맞물려 국내 언론에 등장한 것 역시 이때가 처음이다.

정 교수는 “티베트는 믿을 만한 장기 자료가 없다가 위성자료가 보강되면서 비교적 최근에야 객관적인 관측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티베트 고원을 덮고있던 눈이 녹아 고기압을 강화시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전했다.

눈이 사라진 고원이 햇볕을 받으면 상승기류가 만들어지고, 이 흐름이 대기 상층(약 10㎞ 상공)에 고기압을 만드는데, 그 힘이 점점 커지다보니 우리나라로까지 영향이 확장됐다는 얘기다.

좀 더 고위도인 중국 몽골 고원에서 만들어지는 열적고기압도 비슷한 원리다.

최근에는 저 머나먼 대서양도 영향을 준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이명인 유니스트(UNIST·울산과학기술원) 폭염연구센터 센터장(도시환경공학)은 “특정 기단이 영향을 준다는 건 전통적인 개념이고, 요즘엔 파동 형태로 아주 멀리 떨어진 지역도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원격상관’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격상관은 주로 제트기류가 발달하는 겨울에 등장하곤 했는데, 유라시아 대륙이 뜨거워져 땅과 하늘 간 상호작용이 활발해지면서 여름에도 대서양에서 발생한 파동이 고기압→ 저기압→ 고기압→ … 식으로 징검다리를 만들어 아시아 대륙 끝자락에 있는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제 계절을 예측하려면 동북아 일기도로는 부족하고 지구본을 돌려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올여름은 어떨까.

‘티베트 눈덮임이 많은 상태라 지난해처럼 덥진 않을 것’(김 과장)이란 전망도 있고 ‘4월까지 전지구 온도가 상당히 높아 지난해만큼은 아니어도 상당한 수준의 폭염이 올 수 있다’(이 센터장)거나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의) 시그널이 엇갈리고, 봄철 해빙이 이렇게 많이 녹은 적이 없어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정 교수)는 견해도 있다. 의견은 분분하지만 공통분모는 있다. 올여름이 예년보다 덥건 시원하건, 어쨋든 온난화의 영향에서 벗어나긴 어렵다는 점이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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