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오의 목표는 ‘공생’입니다. 저희는 사람들에게 무작정 길고양이 돌봄 활동을 이해해 달라 하지 않아요. 우리와 생각이 다른 이들까지 모두 공존하며 길고양이를 돌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겁니다.”
8일 국민대학교의 길고양이 돌봄 동아리 ‘추어오’ 회장 박예진(22·사진)씨는 “힘든 상황에 놓인 고양이들을 돌보고 싶은 마음 만큼 동시에 고양이를 싫어하는 이들을 더 이해해야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추어오’라는 동아리 이름은 인터넷에서 쓰이는 고양이 말투 ‘에오체’에서 따왔다. 길고양이가 춥다고 말하는 목소리를 표현 동아리 이름이다.
전날 국민대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난 박 회장은 국민대 구성원 모두와 공존하고 싶은 추어오의 대표적 활동으로 올해 설치한 ‘폐쇄형 급식소’를 들었다. 폐쇄형 급식소는 리빙박스로 만든 급식소는 사료와 물그릇이 담긴 공간을 여닫을 수 있게 만들어진 공간이다.
박 회장은 “이전까지 설치했던 개방형 급식소에 비둘기들이 몰려와 위생상 더럽다는 민원이 있었다.안그래도 고양이들이 더럽다고 싫어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이같은 의견도 충분히 공감해야한다고 생각했다”며 “교내 고양이 급식소를 밥시간 때만 열어주는 폐쇄형 급식소로 전부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밥시간 때에만 급식소를 열어줘야 해서 동아리 회원들은 번거로워졌지만 교내 구성원 모두와 공생하려면 당연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추어오는 4년 전 고양이 두마리가 교내 건물 벽 사이에 떨어진 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구조를 시도했던 학생들이 몇몇 있었지만 목소리를 하나로 뭉치기 힘들었다. 결국 한 마리는 굶어 죽고 뒤늦게 다른 한 마리 ‘샐러드’만 구조됐다. 이를 계기로 소수의 학생들이 모여 추어오를 만들었지만 당시 여론은 좋지 않았다. 교내 경비원들은 길고양이 밥 주는 모습을 못마땅해 했다. 지난해 3월 국민대 시간표 공유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들개에 물려죽은 고양이 ‘타짜’를 가리켜 “우리가 신경써줄 일이냐”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추어오는 이같은 상황에 굴하지 않고 길고양이와 교내 구성원의 공생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동물병원과 연계해 개체 수 조절을 위한 고양이 중성화사업을 펼쳤다. 페이스북에 “급식은 추어오에서 관리하고 있으니 무분별하게 간식을 주지 말아달라”는 내용을 만화로 만들어 홍보하기도 했다. 몇몇 고양이들은 무리하게 데리고 있는 대신 입양을 보냈다.
여론은 조금씩 움직였다. 최근 학내에서 길고양이 ‘모리’의 구내염 치료비 모금 결과 80만원이 모였다. 길고양이를 싫어하던 경비원들은 폐쇄형 급식소를 직접 챙기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누가 고양이에게 간식을 준다”고 제보하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추어오는 이제 1만5000명의 페이스북 팔로워와 85명의 회원을 가진 교내 정식 동아리로 성장했다.
박 회장은 얼마 전 발생한 고양이 테러사건을 떠올리며 “최근 힘든 일이 있었지만 추어오는 앞으로도 공생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말 도서관 터줏대감이었던 고양이 ‘유자’가 사체로 발견됐다. 유자는 폭행에 의한 타살이 의심돼 부검을 받은 상태다.
박 회장의 바람은 이런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길고양이 돌봄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다. 박 회장은 “새롭게 추진 중인 ‘국고추(국민대 고양이 추어오) 사생대회’, 만화 ‘국냥이 일기’ 등으로 사람들에게 길고양이의 특성을 알리고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만들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남혜정·곽은산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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