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그것참 어려운 질문입니다만….”
지난달 24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고용부 장관 집무실, 한 시간이 넘는 인터뷰 내내 막힘없이 대답하던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망설였다. 질문은 ‘정부 차원에서 청년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한가’였다.
이 장관은 “최근 몇 년 새 청년 일자리는 확실히 양적, 질적인 측면에서 모두 나아졌다”고 평가했다. 2008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 이후 국내 고용창출력이 떨어졌고, 2013년부터 베이비붐 에코 세대(베이비붐 세대인 1955년~1963년생의 자녀세대)’가 청년층에 편입되면서 청년 규모 증가로 관련 수치가 급격히 악화했다.
그는 “현 정부에서 대단히 많은 정책적 노력을 기울였다”며 “청년 취업자 수, 고용률, 경제참가율 등 양적 수치가 개선됐다. 질적으로는 상용직 취업, 고용보험 가입 청년이 늘었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청년고용률과 실업률이 동시에 늘어나는 것 또한 국내의 특수한 상황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에코 세대 증가로 경제활동인구 자체가 늘어났다. 자연히 실업자도 늘 수밖에 없다”며 “청년실업률은 한국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 대학생이 원하는 일자리 수준은 상당히 높고,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다 보니 인문·사회계열 중심으로 산업현장의 수요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정부는 청년층의 ‘일자리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걸까. 이 장관은 “2∼3년 뒤면 상황은 더욱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에코 세대 증가세가 멈추고 청년 인구 규모가 줄기 시작하는 시점이라서다. 그는 “물론 청년실업 해결의 첫걸음은 민간시장에서 좋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경제 상황이 지금보다 나아져야 한다는 뜻”이라면서도 “정부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을 지원하고 우수한 강소기업을 발굴하는 등 기존의 대기업, 공공부문에 한정된 ‘질 좋은 일자리’의 범위를 늘려 청년들에게 연결해주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장관과의 일문일답.
―노정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복안이 있는가.
“노동현안은 노사 이해가 상충하기 때문에 이런 긴장 관계는 늘 있었다. 최근 최저임금 결정 과정 등에서 노동계가 불만을 표출했지만, 문재인 정부 핵심 국정 기조인 ‘노동존중사회 실현’은 변함이 없다. 지금 추진 중인 노동정책이 당초 공약에서 변경된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정부는 항상 특정 정책으로 혜택을 받는 측과 그렇지 못한 측까지 균형 있게 고려할 뿐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현 정부의 대다수 노동정책을 ‘개악’으로 규정했다. 시간이 지나면 노동계도 정부 정책에 수긍할 것으로 보는가.
“낙관하기 어렵다. 다만 정부는 파장이 큰 이슈일수록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틀 안에서 협의하고 추진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민노총은 (경사노위 불참 등) 사회적 대화 틀 밖에 있는데 밖에 있으면서 반대만 외친다. 합리적 대화를 만들어가는 바람직한 방안이 아니다. 갈등 완화를 위해선 사회적 대화 틀 안에 들어와서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합리적 대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후폭풍이 크다. ‘시간당 8590원’은 정부·여당의 ‘속도조절론’ 의지가 그대로 반영된 것 아닌가.
“항상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이거 정부에서 다 결정한 것 아니냐’고 말한다. 올해 심의과정은 2년 전과 거의 유사하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사 양측이 인상분을 내놓고, 공익위원은 별도 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자유투표로 결정했다. 그때도 지금도 공익위원들은 그들 나름대로 생각한 범주가 있었고, 이에 맞춰 자유투표에 응한 것뿐이다. 2년 전에는 노동계 쪽에, 이번엔 사용자 쪽에 표가 몰려 이같이 결정된 것이다.”
―내년에도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둘러싸고 ‘외풍’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해결책은 없나.
“현행 체계가 이어지면 같은 논란이 반복될 것이다. 그래도 올해는 이전과 달리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공청회, 현장방문을 많이 가졌다. 최저임금 결정의 사회적 수용도를 제고하기 노력을 기울인 측면에서는 진일보하였다고 자평할 수 있다. 내년에는 노사 간 갈등을 더 줄이고, 보다 전문적·합리적 근거를 토대로 심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최저임금 결정체계 이원화 개편안 입법을 위해서 지속해서 노력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임기 내 1만원’ 달성도 불가능하다고 보는가.
“산술적으로야 남은 임기 동안 크게 인상되면 불가능한 건 아니다. 경제 상황이 좋아져 최저임금을 크게 올려도 시장이 수용할 수 있다면야 논의가 이뤄질 것이다. 다만 당초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위해 필요한 인상률이 있는데, 최근 줄어든 인상 폭까지 보완할 정도로 단번에 인상하기에는 부담이 더 커지지 않았느냐는 의미로 대통령의 사과를 해석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이 난리다. 비준이 불발되면 당장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가.
“유럽연합(EU)과의 관계가 지금만큼 좋지는 않을 거다. EU 입장에선 한국이 핵심협약 비준 의무를 자유무역협정(FTA) 노동조항으로 포함한 첫 국가이므로, (선례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현재 진행 중인 한국과의 분쟁 해결에서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 제가 알기론 몇 년 전 EU 의회에서 한국과의 관계를 지금보다 더 깊게 발전시키는 것은 일단 중단해야 한다는 의결도 있었다더라. 그런 부분이 걱정된다.”
―급격한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정년연장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정년연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생산가능인구 감소,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 등 노동시장 변화를 고려할 때 잠재성장률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 안 하는 분들이 더 많이 일해야 하고, 일하는 분들이 더 오래 일해야 한다. 다만 어려운 청년고용 상황이나 연공급 임금체계 등을 감안하면 정년연장은 중장기 과제로 검토해야 한다. 이미 초고령사회에 돌입한 일본과 같이 정년연장, 폐지, 재고용 등으로 사업주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방안 등 선행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일어난 ‘급식대란’은 정부와 공공부문 근로자가 정규직의 개념을 서로 다르게 이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정부가 생각하는 비정규직은 무엇인가.
“비정규직의 개념은 2002년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가 있었다. 이에 맞춰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부가조사 등도 시행되고 있다. 한시적 또는 기간제 근로자, 단시간근로자, 파견·용역·호출 등의 형태에 종사하는 근로자 등을 포괄하는 게 비정규직이다. 그러나 논란이 된 무기계약직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정의할 수 있고, 노사정 합의에 따르면 정규직이다. 공공부문 근로자들의 ‘저임금 무기계약직은 비정규직이다’라는 표현은 처우개선을 바라는 뜻을 담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주52시간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채용절차법 시행 등 직장생활에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장관이 그리는 바람직한 직장의 지향점은 어디인가.
“2007년 정부에서 ‘본인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라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를 조사한 적이 있다. 상당수가 ‘임금(28.1%)’, ‘근무환경(18.5%)’이라고 답했다. 정당한 대가, 건강한 환경을 갖춘 직장을 원하는 것이다. 이런 바람이 이뤄지도록 도울 예정이다. 앞으로도 노동시간 단축과 일·생활 균형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직장 내 괴롭힘 금지조항을 안착하도록 해 건강한 직장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
―지난해 9월 21일 임명 이후 약 10개월이 지났다. 가장 인상 깊은 사건 또는 정책은 무엇인가.
“정말 많은 사건이 있었다. 그래도 하나만 꼽자면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고 김용균씨가 아직도 마음에 남는다. 온 국민이 아팠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28여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 개정했다. 원청의 안전보건 관리 책임을 대폭 확대하는 등 산업현장의 안전보건체계를 전면 개선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한 점에서 의미가 컸다.”
대담=김기동 사회부장
정리=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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