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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SW생태계의 정점 ‘운영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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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8-14 23:32:10 수정 : 2019-08-14 23: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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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 구동하는 핵심 기술 / 주도권 잡는 자가 생태계 지배 / 삼성·LG 자체 운영체제 보유 / 日 규제 보면서 작게나마 안심

지난 5일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베일 속에 있었던 독자 개발 운영체제 훙멍(HongMeng·鴻蒙) OS를 공개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에 이은 세계 2위의 스마트폰 제조사다. 3위는 애플이다. 화웨이는 이를 하모니OS(HarmonyOS)로 부른다. 한자로는 ‘큰 혼돈’인데 영어로는 ‘조화’로 번역했으니 묘하다. 화웨이의 이번 발표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가 아닌 그들만의 새로운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성하겠다는 자주독립선언이다.

지난 5월 미국은 공공기관에 납품된 중국산 서버에 정체불명의 스파이 칩이 장착돼 있다는 것을 빌미로 중국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피해의 핵심은 소프트웨어였다. 화웨이는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안드로이드에 대해 더 이상 앱판매, 업데이트 등을 못 받을 상황이 됐다. 미국은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의 퇴출로 위협했다. 이에 화웨이도 강공대응했다. 안드로이드를 대체할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 ‘훙멍’을 공개했다. 13억 인구의 중국이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 탈퇴할 수도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구글 입장에서 인구 13억명의 시장을 놓친다는 것은 감내하기 어렵다. 구글은 중국에 대한 안드로이드 수출중지를 보류했다.

원유집 카이스트 교수 컴퓨터학

운영체제는 그것의 기술적 핵심성 때문에 소프트웨어 생태계 정점에 위치한다. 운영체제는 하드웨어 구동을 담당하는 등 모든 골치 아프고 어려운 일을 대신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는 각종 앱으로 둘러싸여 생활한다. 이메일, 일정 입력, 카톡 등 모두 소프트웨어다. 심지어 사진 앱을 이용해 점심 메뉴를 친구와 공유한다. 이들 앱은 하드웨어를 사용하며 실행된다. 휴대전화 번호를 저장하기 위해 디스크를 사용한다. 사진 앱은 이미지를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에 표현해야 한다. 최신 아이돌의 음악은 스피커를 통해 재생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앱은 음악을 틀고, 선을 그리고, 전화번호를 디스크에 저장할 때 디스크, 화면, 스피커 등을 직접 구동하지 않는다. 운영체제에 해당 작업을 요청한다. 운영체제는 요청을 받으면 앱이 원하는 작업을 해준다. 경우에 따라서는 요청을 거절하기도 한다. 디스크에 여분 공간이 없을 경우, 현재 음악이 재생되고 있는데 또 다른 음악을 재생 요청한 경우 등이다.

각 운영체제는 각자 자신만의 언어를 갖고 있다. 앱이 작업을 요청할 때, 해당 운영체제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작업을 요청해야 한다. 전화번호를 디스크에 저장하는 경우를 보자. 어떤 운영체제는 “기록바랍니다”, 어떤 운영체제는 “저장하라”고 요청해야 한다.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각 운영체제별로 앱을 따로 만들 여력이 없다. 가장 많이 사용되고 널리 퍼진 운영체제 하나를 대상으로 개발에 집중한다. 때문에 앱 개발 시 최우선 결정사항이 운영체제의 선택이다.내가 수확한 채소를 어느 시장에 가서 팔아야 제값을 받고 팔 수 있을까 하는 결정이다. 당연히 큰 시장에 가서 목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아야 쉽게 팔수 있다. 운영체제의 선택 역시 동일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 빌 게이츠는 PC용 운영체제인 MS-DOS를 기반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왕국을 건설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 운영체제의 생태계를 완전공개하고, 누구나 아이폰앱을 개발할 수 있게 했다. 이것이 오늘의 애플을 있게 한 단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통해 세계 모든 사용자의 취향과 행동 빅데이터를 수집한다. 현재 스마트폰 생태계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아이폰이, PC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와 애플의 맥운영체제가 양분하고 있다.

운영체제 주도권을 갖는 자가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지배한다. 우리나라는 운영체제 자주국인가. 우리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기 타이젠과 웹OS라는 자체 운영체제를 보유하고 있다. 물론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은 기술이 아니고 규모의 문제다. 인구 5000만명이 채 안 되는 규모로 독자적인 생태계를 갖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적어도 운영체제 기술력에서는 자주독립국인 셈이다. 요즘 반도체 분야에서 부품과 소재 기술의 대일본 의존성 때문에 나라 안팎이 어수선하다. 소프트웨어의 핵심인 운영체제만큼은 나름 자체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작게나마 안심이다.

 

원유집 카이스트 교수 컴퓨터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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