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엿새만에 또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와 관련해선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이례적으로 신속한 비난 담화를 내놓았다. 오는 20일까지 이어지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로 해석되지만, 일각에서는 북미 협상이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사이 남북 관계가 다시 경색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 아니냔 우려도 나온다.
◆엿새 만에 또 2회 발사… “단거리로 추정”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16일 오전 강원도 통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를 2회 발사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우리 군은 추가 발사에 대비해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이 발사체의 고도와 비행거리 등을 분석 중이다. 합참은 발사체가 강원도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점 등으로 미뤄 단거리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발사체 도발은 지난 10일 이후 엿새 만이다. 지난달 25일부터로 따지면 3주 새 6번째, 올해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8번째 도발이다.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 직후 핵무력 완성을 주장한 이후 약 1년5개월 동안 무기훈련 등을 대외에 노출하지 않았던 북한은 올해 5월에 두 차례, 지난달 두 차례, 이달 들어 네 차례 단거리 발사체를 두 발씩 쐈다.
이날 발사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새 무기 시험 성격 외에 지난 11일부터 진행 중인 한·미 훈련을 겨냥한 도발로 풀이된다. 북한이 지난 5월 쏜 발사체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으로 파악됐다. 청와대는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문 대통령도 발사 직후부터 관련 사항을 보고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평통, 文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힐난’
앞서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은 이날 대변인 담화를 내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조평통 대변인은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이 이번 합동군사연습이 끝난 다음 아무런 계산도 없이 계절이 바뀌듯 저절로 대화 국면이 찾아오리라고 망상하면서 앞으로의 조미(북미) 대화에서 어부지리를 얻어보려고 목을 빼 들고 기웃거리고 있지만 그런 부실한 미련은 미리 접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고,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문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다.
조평통은 또 문 대통령이 전날 경축사에서 밝힌 ‘평화경제’ 실현 구상과 관련해 “남조선 당국자의 말대로라면 저들이 대화 분위기를 유지하고 북남협력을 통한 평화경제를 건설하며 조선반도(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리인데,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고 꼬집었다. 한·미 훈련과 최근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중기계획을 힐난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조평통은 문 대통령을 겨냥해 “아랫사람들이 써준 것을 그대로 졸졸 내리읽는 웃기는 사람”이라거나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이라며 비난했다. 이날 발사체 도발과 조평통 담화를 놓고 북한이 미국과 대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훈련 등에 관한 불만의 초점을 남측에만 맞추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은 한미 훈련 첫날에도 외무성 국장 명의의 담화를 내 ‘대화는 조미 사이에 열리는 것이지 북남 대화는 아니라는 것을 알아두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다만 북한은 이날 조평통 다화를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방송 등 대내용 매체에는 싣지 않았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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