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초·중·고교 학생이 6만명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조사 때보다 1만명 늘어난 것이다.
신체 폭력은 줄어든 반면 집단따돌림이나 사이버 괴롭힘 같은 ‘정서적 폭력’이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초등학생의 증가폭이 커져 3.6%가 학교폭력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4월 한 달간 ‘2019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전체 학생 410만명 중 조사에 참여한 인원은 372만명(90.7%)이다. 이 가운데 약 6만명(1.6%)이 학교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2012년 첫 조사(17만2000명·12.3%) 이후 내림세로 돌아섰던 학교폭력은 2017년(3만7000명·0.9%)에 바닥을 찍은 뒤, 2018년(5만명·1.3%)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는 흐름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학교폭력의 대상과 유형이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생이, 유형별로는 정서적 폭력이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
초등학생 피해 응답률은 3.6%(4만5500명), 중학생이 0.8%(1만100명), 고등학생이 0.4%(4500명)였다. 지난해와 견줘 초등학생의 피해 응답률이 0.8%포인트 늘어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중학생은 0.1%포인트 증가했고 고등학생은 동일했다.
가해자 유형은 같은 반 학우(48.7%)가 가장 많았고, 이어 같은 학년 다른 반 학우(30.1%)로 나타났다. 피해 장소는 교실(30.6%)이나 복도(14.5%), 운동장(9.9%), 급식실 매점(8.7%), 화장실(3.5%) 등이었다.
피해 유형별로 보면 언어폭력(35.6%)과 집단따돌림(23.2%) 등이 압도적이었고, 사이버 괴롭힘(8.9%)이 뒤를 이었다.
특히 집단따돌림은 지난해보다 6%포인트나 급증했다. 언어폭력과 사이버 괴롭힘 등 다른 피해 유형은 지난해와 비슷한 비중을 유지했다.
교육부는 언어폭력, 집단따돌림, 사이버 괴롭힘 등 ‘정서적 폭력’을 당했다는 응답이 늘어나면서 피해 응답률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피해 유형을 학생 1000명당 응답 건수로 보면 언어폭력이 8.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집단따돌림(1000명당 5.3건), 사이버 괴롭힘·스토킹·신체폭행(이상 1000명당 2.0건)으로 나타났다. 금품갈취(1.4건), 강제심부름(1.1건), 성추행·성폭행(0.9건) 피해도 있었다.
특히 집단따돌림 피해는 2013년 이후 1000명당 3∼4건 수준을 유지하다 6년 만에 1000명당 5건을 넘었다.
교육부는 “집단따돌림 경험 학생의 41.4%가 언어폭력을 경험하고, 14.7%가 사이버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집단따돌림이 다른 학교폭력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학교폭력을 가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0.6%(2만2000명)다. 지난해(0.3%·1만3000명)보다 0.3%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가해 응답률 역시 2013년(1.1%·4만7000명) 이후 계속 감소세를 보이다 6년 만에 증가했다.
가해 이유로는 초등학생은 ‘먼저 괴롭혀서’(32.1%)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중학생은 ‘장난으로’(22.3%), 고등학생은 ‘마음에 안 들어서’(20.7%)를 많이 꼽았다.
학교폭력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4.0%(14만9000명)로, 지난해(3.4%·13만3000명)보다 0.6%포인트 증가했다. 학교폭력을 목격하고도 방관했다는 비율은 지난해 30.5%에서 0.4%포인트 줄었고, 학교폭력 피해 후 주위에 알리거나 기관에 신고했다는 비율은 지난해 80.9%에서 0.9%포인트 늘었다.
교육부는 학생·학부모의 신고 정신과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제고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성윤숙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학교폭력예방교육지원센터장은 올해 가해 응답률이 높아진 데 대해 “지속적인 예방교육으로 학교폭력을 민감하게 인식하게 된 학생이 많아진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의견을 냈다.
교육부는 2학기에 학생 약 15만명을 표본으로 뽑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할 예정이다. 전수조사만 하면 조사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부터 1학기는 전수조사, 2학기는 표본조사를 하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연말쯤 ‘제4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2020∼2024년)’을 수립해 발표할 예정이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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