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두려움은 4차 산업혁명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였다. 하지만 당분간은 이런 공포를 내려놓아도 될 듯하다. 인간이 전혀 개입하지 않아도 될 만한 AI가 나오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는 분석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차세대 인기직업 역시 사람이 원격으로 AI의 돌발변수를 관리·감독하는 일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직업을 ‘로봇인 척하기’라고 명명하며 산업현장에서 여전히 인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31일(현지시간) 전했다. 로봇 시스템이 100% 혼자 임무를 완수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멀리서 이를 관리하는 사람들이 늘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육지에서 택배 등을 배달하는 로봇, 배송 드론, 보안 감시 로봇, 식료품점 재고 체크 로봇 등 어떤 혁신적인 AI라도 결국 인간의 판단이 요구되는 순간이 있더라는 것이다. 자동화 시스템 도입 이후 한참이 지났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기술 발전 속도가 더디고, 기계만으로 돌아가기 힘든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WSJ는 “(인간의 개입 없이) 로봇만으로 이루어지는 현장은 아예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까지 전망하며 이에 따라 로봇의 뒤에서 관리를 담당하는 직업군이 유망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배달로봇 스타트업을 시작한 포스트메이츠(Postmates)의 최고경영자 배스천 레만은 WSJ에 “로봇을 원격 관리하고 때때로 조종도 하는 일을 맡는 ‘파일럿’ 팀을 적극 고용 중이며 향후 5년간은 이들의 일이 급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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