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의 A씨는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자주, 많이 마시곤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음주를 시작해 대학생이 되자 횟수가 잦아졌고, 취직해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술 마시는 날이 더 늘어났다. 술 마신 다음날 숙취로 출근을 안 해 직장생활에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알코올 중독 등 술로 인해 병원 진료를 받는 ‘1020’세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인 환자 수는 감소하고 있는 것과 다른 양상이다.
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2014∼2018년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진료인원은 7만4702명으로 집계됐다.
알코올 사용장애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알코올 중독의 공식 질환명으로, 통상 과도한 음주로 인한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기능에 장애가 오는 것을 말한다. 주요 증상으로는 △술을 의도했던 것보다 더 많이, 오랜 기간 마심 △술을 줄이거나 조절하려 했으나 실패 △음주와 관련해 많은 시간을 보냄 △알코올에 대한 갈망 △음주 영향으로 주요한 역할 책임 수행 실패 △음주로 대인관계 문제 발생 △금단증상 발생 등이 지적된다.
전체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는 최근 감소 추세다. 2014년 환자는 7만7869명으로, 4년 새 4.1% 감소했다. 연평균 감소율 1.03% 수준이다.
그런데 29세 이하에서는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0∼19세 환자는 2014년 1582명에서 지난해 2011명으로, 27.1% 증가했다. 20∼29세 환자도 같은 기간 5234명에서 6607명으로 26.2% 증가율을 나타냈다. 특히 여성 환자 증가율이 높다. 0∼19세 여성 환자는 601명에서 938명으로 87.2%나 늘었다. 20∼29세 여성 환자 증가율도 26.4% 수준이다. 남성 환자 증가율은 0∼19세 9.3%, 20∼29세 26.1%다.
1020세대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 증가는 상승세를 보이는 음주율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중 19~29세의 월간음주율(최근 1년 동안 한 달에 1회 이상 음주)을 보면 2012년 66.6%에서 2017년 70.5%로 높아졌다.
1020세대 외에는 60세 이상 고령층 환자 증가도 눈에 띈다. 2만25명에서 2만1834명으로 9% 증가했다. 80세 이상 환자 증가율이 34%로 가장 크다. 고령층은 술을 마신 뒤 집중력이나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경험하면 알코올성 치매를 걱정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환자 7만4702명 가운데 남성이 5만7692명, 여성 1만7010명으로, 남성 환자가 3.4배 많았다. 50대가 26.5%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40대가 20.4%로 뒤를 이었다. 여성은 40대가 22.8%, 남성은 50대가 28.2%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덕종 교수는 “알코올 사용장애는 만성적인 뇌 질환으로, 방치하면 뇌 기능 저하, 알코올에 대한 뇌의 의존성 심화 등이 나타나기에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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