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1.74명으로 처음 2명대가 무너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30여년 계속 하락한 끝에 지난해 0.98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출생아도 같은 기간 총 67만4793명에서 32만6900명으로 반 토막 났다.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 하락에는 혼인율 감소, 초혼연령·모(母)의 출산연령 상승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합계출산율이 6명 수준인 1960년대에 ‘산아제한 정책’을 내걸고, 자녀가 너무 적거나 성비 불균형일 때는 출산 독려와 함께 상황에 적절한 카드를 뽑는 등 반세기 동안 다양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출산억제 정책이 머릿속에 남은 베이비부머, ‘저출산 위기’ 곡소리를 들으며 자란 청년들의 시대상이 담긴 슬로건 변천사를 살펴본다.
◆‘적게 낳아 잘 기르자’에서…‘둘만 낳아 잘 기르자’로
경제개발계획 수립 과정에서 급격한 인구증가가 발전 저해요인이 된다는 인식 하에 정부는 1961년 대한가족계획협회를 창립하고, 합계출산율이 6.1명 수준이었던 이듬해에는 전국 183곳 보건소에 가족계획상담실을 설치했다. 1964년에는 가족계획 계몽요원을 배치해 피임 관련 가정방문과 집단지도를 담당케 했다. 대표적인 슬로건으로는 ‘적게 낳아 잘 기르자’가 유명하다. 이 외에 △알맞게 낳아서 훌륭하게 기르자 △많이 낳아 고생 말고 적게 낳아 잘 키우자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도 잘 알려져 있다. 3명의 자녀를 3년 터울로 35세 이전에 낳자는 ‘3·3·35 운동’도 있었다.
1971년 한 해 출생아가 약 103만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하자 정부는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슬로건을 채택하고 인공임신중절 허용 등 인구증가 억제에 나섰다. ‘내 힘으로 피임하여 자랑스런 부모 되자’나 ‘하루앞선 가족계획, 십년앞선 생활안정’처럼 부모의 책임감과 철저한 가족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한 슬로건도 있었다.
◆‘잘 키운 딸, 열 아들 안 부럽다’에서…‘저도 동생이 필요해요’로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에 남아선호가 겹치면서 1980년대에는 성비 불균형 부작용이 발생했다. 당시 태어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는 교실에 여자 짝없는 남학생들이 종종 있었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슬로건이 이때 유명했다. 성비균형 중요성을 내세운 정책은 합계출산율이 1.6명 아래로 떨어진 1990년대에도 계속돼 △사랑으로 낳은 자식, 아들 딸로 판단말자 △아들바람 부모세대 짝꿍없는 우리세대 등의 다양한 슬로건이 탄생했다.
2000년 1.48명에 이어 1.31명(2001년), 1.18명(2002년) 등 저출산 심각성이 대두함에 따라 정부는 저출산 및 인구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법적 근거로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2005년 제정했다. 이 무렵에 △아빠, 혼자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 △자녀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은 형제, 자매입니다 △결혼은 행복의 시작, 출산은 희망의 시작입니다 등의 슬로건이 탄생했다. 2015년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16~2020)’을 발표한 정부는 지금도 인구·출산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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