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이후 긴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는 은퇴자에게 매우 중요한 이슈다. 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면과 식사 시간을 제외한 은퇴자들의 일과시간은 평균 11시간이다. 이를 60세 퇴직 이후 100세까지 40년간 적용하면 16만 시간이나 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은퇴자의 약 20%가 은퇴 후 특별히 하는 것 없이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이러한 은퇴자의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생활 전반에 걸친 행복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후 행복감도 높이면서 긴 시간을 효과적으로 보내는 방법의 하나가 바로 평생학습이다. 평생학습을 하면 내면의 성장과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고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하루하루를 즐겁고 보람있게 지낼 수 있다. 젊을 때처럼 성적에 구애받을 필요도 없고 듣고 싶지 않은 과목을 들을 필요도 없다.
우리보다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일본에서는 전국 각지에 시니어대학이라는 고령자 전용 학습센터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대부분 60세 이상이 참가할 수 있고 교양과 취미활동, 고령자에 적합한 스포츠 등을 배우고 즐길 수 있다.
초기에는 시니어대학의 운영 주체가 주로 지방자치단체나 지역의 사회복지협의회 등이었지만 지금은 NPO(비영리단체)나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곳도 늘고 있다. 교토 시니어대학의 경우 고령화 초기 단계인 1973년에 개설되었고 민간이 만들어 운영 중이다. 55세 이상이면 누구나 입학할 수 있지만 현재 재학생의 평균나이는 73세이고 반장 중에는 101세도 있다. 주 1회 수업을 하는데 오전에는 일반 교양강좌, 오후에는 선택과목 수업이 이뤄진다. 강사는 주변 대학의 교수나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한다. 입학금은 1만엔(약 10만원), 월 수업료는 7000엔(약 7만원) 정도로 저렴하다. 학생 중에는 20~30년간 재학하는 시니어가 있을 정도로 지역사회에서 인기가 많다.
한 발 더 나아가 일반 4년제 대학교에서도 시니어를 위한 입시제도가 널리 확대되고 있다. 동경경제대학은 2002년에 이미 시니어를 위한 특별입시제도를 만들었다. 성적으로 대학 입시를 치르는 것이 아니라 시니어의 특성을 살려 소논문이나 면접을 중심으로 입학시험을 치르는 것이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2011년 시점에 이미 26개 대학교, 46개 학부가 이런 특별 입시제도를 도입했다. 그리고 전국 대학 중 100개 대학만 샘플로 조사한 결과 수천 명의 시니어 재학생이 있었으며 남성 최고 연령은 80세, 여성은 78세에 달했다.
최근 우리나라도 평생학습센터나 민간이 운영하는 문화센터가 늘고 있다. 대학이나 대학원에서도 시니어의 입학 문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풍요로운 노후를 위해 60세 이후의 캠퍼스 라이프를 지금부터 계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
류재광 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 연구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