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두고 벌어진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의 첫 절차인 한·일 양자협의가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다.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3개월여만에 통상 분야에서 처음으로 이뤄지는 고위급 만남이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일 양국이 국장급을 수석대표로 제네바에서 양자협의를 갖기로 합의하고 10일 오전 정해관 산업부 신통상질서협력관이 출국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일본이 한국에 대해 단행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 수출제한 조치가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난다며 지난달 11일 일본을 WTO에 제소했다.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 레지스트 등 3개 품목 수출규제는 ‘상품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과 ‘무역원활화협정’(TFA), 3개 품목에 관한기술이전 규제는 ‘무역 관련 투자 조치에 관한 협정’(TRIMs)과 ‘무역 관련 지식재산권에 관한 협정’(TRIPS)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당사국 간 양자협의는 WTO 무역 분쟁 해결의 첫 단계다.
피소국은 양자협의 요청서를 수령한 날로부터 10일 이내 회신해야 하는데 일본은 9일 만인 지난달 20일 양자협의를 수락했다. 양자협의 수락은 WTO 피소에 따른 일상적 절차로 일본이 과거 WTO에 피소됐을 때 양자협의에 불응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양국은 WTO 분쟁해결양해규정(DSU)에 따라 양자협의 요청 접수 후 30일 이내 또는 양국이 달리 합의한 기간 내 양자협의를 개시해야 한다.
양국은 외교 채널을 통해 일시와 장소 등 세부 사항을 논의했고, 한·일 양국은 양자협의 요청 후 딱 한 달 만인 오는 11일 국장급을 수석대표로 양자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주목할 것은 일반적으로 WTO 양자협의는 실무자(과장)급에서 이뤄지지만, 이번 한·일 만남은 국장급으로 격상됐다는 것이다. 한국은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일본 측에 국장급 만남을 요청했고 일본도 이를 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자협의는 WTO 분쟁의 일상적인 절차라 그 자체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지만,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통상 분야에서 처음으로 이뤄지는 고위급 만남인 만큼 보다 전향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 제한조치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자 협의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실패로 끝날 경우 제소국인 우리 측이 WTO에 패널 설치를 요청, 분쟁당사국과 제3자국이 참여한 가운데 평균 6개월, 최고 9개월간 심리를 거치게 된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